한국에 캠핑 문화가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차박과 캠핑을 즐겼던 할아버지가 노년이 된 어느 날 작은 교통사고를 낸 후 죄책감으로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했다. 차가 없어진 할아버지는 캠핑은 물론 외출조차 삼가게 됐고 급격히 활력을 잃었다.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와 가깝게 지냈던 장준표 포페런츠 대표는 그런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고 한다. 때마침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던 그는 노인복지와 돌봄 문제를 파고들었다. 장 대표는 “노년의 고통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는데 질병과 빈곤, 고립감과 무력감(무위)”라며 “이 중 질병과 빈곤은 10년 전과 비교해 많이 개선됐지만 외로움과 무위는 소득수준과도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여전히 유효한,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였다”고 떠올렸다.
“할아버지도 그랬듯 노년은 고립되고 무료해질수록 정신건강이 악화하고 신체 건강까지 연쇄적으로 나빠지는 악순환에 맞닥뜨립니다. 고령자일수록 사회 참여의 기회와 빈도를 늘리고 사회관계망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죠.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했는데 해외에는 도우미(헬퍼)가 동행하는 시니어 여행 서비스가 인기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왜 아직 이런 서비스가 없는 걸까, 아쉽다는 생각 끝에 그럼 내가 해보자고 결심했죠.”
그렇게 장 대표는 2022년 4월 ‘포페런츠(For Parents)’를 설립했다. 포페런츠는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대학생 등으로 이뤄진 ‘버디’가 시니어 고객의 여행에 동행하며 신체적·정서적 케어를 제공하는 시니어 전문 프리미엄 여행 서비스이다. 장 대표는 “고령자들이 더 이상 자신의 힘만으로는 온전한 여가를 즐길 수 없을 때 그들이 예전처럼 즐길 수 있도록 우리가 돕는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은 ‘도어 투 도어’로 관광지까지 모시고 치아에 무리 없는 식단을 구성하며 여행 과정 전반은 사진·영상으로 촬영해 보호자에게 실시간 전달한다. 인지 건강과 거동 상태 등을 단계별로 구분해 알맞은 수행원을 붙여주고 체력 안배를 고려해 마음에 쏙 드는 여행 플랜을 짜주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런 세심한 서비스 덕분일까. 고객들의 만족도는 높다. “창업 이후 만난 어르신이 4000명이 넘는데 만족도는 언제나 97%를 웃돌고 재이용률도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객 만족은 매출로도 증명되는데 창업 2년 차에 전년 대비 10배 성장을 이루고 올해는 아직 1월인데도 지난해 매출의 50%를 넘겼다. 하지만 정작 장 대표는 이 결과로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7080 어르신들은 평소 집에만 계시기에 나들이를 나간다는 것만으로도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이용자가 만족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목표는 포페런츠에 만족하는 시니어 세대를 더 많이, 더 자주 만나는 것에 맞춰져 있다. 즉 “중장년층의 여행 빈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2월 5060을 위한 여행 서비스인 ‘아너드(Honored)’를 새로 선보이게 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아너드’는 버디가 필요하지 않은,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서비스다. 장 대표는 “포페런츠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분들이 후배나 동생분들을 소개해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분들의 경우 버디를 통한 돌봄이 아니라 온전히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비서’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브랜드를 새로 만들었다”며 “그동안 일을 하고 자녀 양육을 하느라 ‘온전한 자신의 삶’을 살지 못했던 중장년층에게 좀 더 가치 있는 여가와 트렌디한 문화를 전달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최근 중장년 1인 가구가 늘고 있는데 우리 여행이 새로운 사람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는 어르신들의 행복감을 높여 건강 수명 증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말했다. “창업 초기 제가 꿈꿨던 이미지가 있었는데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세대가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이었어요. 지금 저희 홈페이지 사진첩에는 제 꿈이 현실화된 것 같은 사진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데 그런 사진을 볼 때마다 고객도 고객이지만 사실 제가 더 감동을 받는 것도 같습니다. 우리 서비스가 어르신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무언가가 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 일을 하는 가장 큰 보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