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공천에 눈 먼 與野…중대법 유예 또 외면하나

◆민생법안 줄줄이 표류

내달 1일 본회의서 처리 불투명

작년 꾸린 2+2 협의체 해체 수순

수은법 개정·지역의사제법 등

일부 공감대에도 논의 진전 없어

25일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재옥(앞줄 왼쪽 두 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25일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재옥(앞줄 왼쪽 두 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본격적인 총선 모드에 돌입하고 의원들은 공천받기에만 몰두하면서 민생 법안 처리는 하염없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국회의 직무유기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준비 없이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돼 현장에서는 대혼란이 일고 있지만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도 유예안이 처리될지는 극히 불투명한 형국이다. 1월 임시국회가 끝나면 2월 국회는 설 연휴 이후에나 열릴 수 있어 각종 민생 현안이 줄줄이 표류하게 돼 여야가 공전 상태인 민생 협의체를 적극 재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상정을 기다리는 법안이 수백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법사위 관계자는 “법사위 계류 법안의 수는 (너무 많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백 개 수준에 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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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임기가 넉 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민생 법안이 줄줄이 표류하며 폐기될 위기에 놓인 것은 총선 정국에서 여야가 꾸린 ‘2+2 민생 협의체’마저 한 달가량 활동이 사실상 정지됐기 때문이다. 여야는 매주 화요일 민생 협의체를 통해 중점 법안의 처리를 논의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회의를 끝으로 활동이 중단됐다. 당초 여야가 이 협의체에 올린 20개 ‘중점 법안’ 중 합의 처리된 것은 우주항공청설치법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은 여야가 일정 수준 공감대를 형성했는데도 정쟁에 밀려 진전이 이뤄지지 못하는 대표적인 법이다. 국민의힘은 국내 방산 업체들의 30조 원 규모 대(對)폴란드 무기 수출 등을 위해 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현행 15조 원에서 최소 25조 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정성호·양기대 의원이 방산 수출 활성화를 위해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심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야당의 잇따른 법안 강행 처리도 ‘민생 법안’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역의사제법과 전세사기특별법은 민주당이 지난해 12월 20일과 27일 각각 소관 상임위에서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결과 여당 소속 법사위원장에 막혀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쌀값이 기준가격을 밑돌 경우 그 차액을 보전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역시 민주당이 이달 15일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해 여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여당이 법안 처리를 강력히 요구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은 민주당의 반대로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는 상황이다.

특히 여야 간 ‘네 탓 공방’ 속에 불발된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 법안은 여전히 방치된 상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유예안 통과를 촉구했지만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우선 설치 조건을 고수해 1월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 일정인 2월 1일에도 법안은 빛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처지다.

여야는 그나마 개최하는 상임위마저 법안 심사보다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국회가 이번 주 정무위 전체회의를 열지만 법안 논의가 아닌 ‘쌍특검(김건희 주가조작·대장동 의혹)’ 법안에 대한 현안 질의가 목적이다. 쌍특검 법안의 재표결 시점이 다가오고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도 초읽기에 들어가 여야 간 정쟁은 확산될 정국이어서 민생 협의체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유정균 기자·김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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