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CBDC의 정치학

김동기 변호사·<달러의 힘> 작가

'위안화 제고' 中 CBDC 확대 시도

달러 기반 국제 지불시스템엔 위협

美, 금융제재 무력화 우려 도입 꺼려

화폐 넘어 국제정치 문제 번질수도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로 현금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법정화폐이자 디지털 지급 수단이다. 이는 민간에서 발행하는 가상화폐와 달리 실물화폐와 동일한 교환 비율이 적용되므로 가치 변동의 위험이 없고 화폐의 공신력이 담보된다. CBDC를 발행하면 지폐 인쇄 및 배분 비용이 절감되고 거의 즉시 국내외 결제가 가능한 이점이 있다. 국제결제의 경우 그 복잡함 때문에 거래를 매개할 제3의 중개자들이 필요하다. 이들이 요구하는 고비용도 부담되고 거래 정보가 이들에게 제공되는 것도 문제다. CBDC를 이용할 경우 중개 기관이 불필요해져 비용과 시간이 대폭 절감될 수 있다.

CBDC는 맞춤형 지불에도 쓰일 수 있다. 거래 비용을 낮춰 소액 지불이 용이해지면 새로운 경제활동도 늘어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전 세계의 CBDC 발행액이 2030년 연간 21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바하마·자메이카·나이지리아 등은 이미 도입했고 현재 약 100여 개 이상 중앙은행들이 CBDC 채택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중앙은행의 약 40%는 5년 내에 CBDC 활용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브라질·유로존·인도·영국 등이 도입에 적극적이다.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의 보유국인 미국은 아직 소극적이다. CBDC가 단순한 화폐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최근 대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CBDC 도입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CBDC를 이용해 정부가 개인의 사적 거래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반대 이유다. 개인의 사적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의 오랜 전통 때문에 쉽게 타협하기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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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CBDC를 이용해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프로젝트 엠브리지(multiple CBDC bridge·mBridge)는 중국 인민은행, 태국은행, 홍콩 금융청, UAE 중앙은행이 참여해 각국의 CBDC를 이용해 외환 거래를 하는 시스템이다. 분산원장기술을 기반으로 한 공통의 플랫폼을 사용해 국제적인 지불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실험이다. 여기에 달러나 서방 은행의 개입은 배제된다.

2022년 8월 15일부터 9월 23일까지 20개 상업은행(홍콩·중국·UAE·태국)이 엠브리지 플랫폼에서 각자의 중앙은행이 발행한 CBDC를 이용해 거래했다. 시범 운영 결과 이 플랫폼이 오늘날 국제 지불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는 솔루션으로서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목표임이 밝혀졌다. 엠브리지는 국제결제 시간을 최대 5일에서 수초로 단축시킬 수 있다. 무역 거래 결제도 아주 편리해질 수 있다. 중국은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이 이 플랫폼에 참여해 위안화 사용을 확대하길 바란다.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상용화하려 한다.

중국의 이런 시도는 달러 기반 글로벌 지불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 현재 국제 거래의 상당 부분은 달러로 이뤄지므로 최종적으로 미국의 은행 네트워크를 통해야 한다. 이 점을 이용해 미국은 자국의 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강력한 금융 제재를 한다. 그런데 이게 무력화될 수 있다. CBDC가 국제정치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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