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범이어도 범죄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은 휴대전화를 몰수하는 것은 개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자기결정권 등 모든 인격적 가치를 뛰어넘어 지나친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권)는 지난 4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및 대마)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과 휴대전화 몰수 및 40만 원 추징을 명령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심 결정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3월24일 부산 기장군의 주거지 앞에서 대마 2g을 택배를 통해 무상으로 교부받고 다음 날 새벽 주거지 베란다에서 1g을 흡연한 데 이어 같은 해 6월엔 필로폰 약 0.07g이 든 주사기 1개를 무상으로 교부받아 희석 후 왼팔에 주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과 휴대전화 몰수 및 40만 원을 추징하는 결정을 내렸으다. A씨는 범행에 직접 제공되거나 사용하지 않은 휴대전화 몰수가 부당하다고 항소했으나, 2심은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휴대전화가 범죄와의 상관성 및 관련성이 낮고, 이를 이용해 동종 범죄를 일으킬 위험성이 높지 않아 몰수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어 "피고인은 범죄사실을 모두 자백하고 있어 압수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휴대전화가 일상생활과 경제활동 등에 필수불가결한 물건으로 보이고, 수사 및 재판의 진행 경과를 통해 밝혀진 사실관계에 비추어 이 사건 범죄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휴대전화 몰수가 피고인의 인격적 가치를 현저히 뛰어넘어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휴대전화는 범죄와 무관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 인격적 법익에 관한 모든 것이 저장되어 있는 사적 정보 저장 매체"라며 "몰수는 인격적 가치 및 기능이 이를 현저히 초과한다고 볼 수 있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