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최고치를 찍은 후 꾸준히 감소하던 미분양 주택 수가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지난해 10월 이후 석 달 연속 1만 가구를 넘어섰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전반적으로 주택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고분양가 여파로 수도권에서도 미분양이 크게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 2489가구로 전월(5만 7925가구) 대비 7.9%(4564가구) 증가했다.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2월에 7만 5438가구로 1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불어났다가 3월부터 9개월 연속 감소한 뒤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미분양 물량은 1만 31가구로 전월(6998가구)보다 43.3%(3033가구)나 급증했다. 전체 미분양 물량 증가분의 3분의 2가 수도권에서 나온 셈이다. 인천이 3270가구로 전월(1298가구)보다 두 배 이상 늘었고 경기는 5803가구로 전월(4823가구) 대비 20.3% 증가했다. 서울도 81가구(9.2%) 늘어난 958가구로 집계됐다.
이 같은 미분양 물량 증가는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 공사비 증가로 인한 분양가 상승에 부담을 느낀 청약자들이 계약을 대거 포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10월 분양한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고분양가로 계약 포기자가 속출하면서 최근 무순위 청약에서도 완판에 실패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계약포기자가 늘었고 최근 들어 분양 물량 자체가 늘어나 소화되지 못한 물량이 미분양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초부터 9월까지 월 평균 분양 물량은 1만 가구 수준이었지만 10월 3만 3000가구, 11월 2만 1000가구, 12월 2만 9000가구로 4분기부터 크게 늘었다.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1만 857가구로 전월(1만 465가구) 보다 3.7%(392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10월(1만 224가구)부터 3개월 연속 1만 가구를 넘어섰다. 준공 이후에도 분양되지 않은 주택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1·10 대책을 통해 올해부터 2년간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종부세 등의 산정 때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주택 인허가, 착공 등 부동산 공급 지표도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2월 누적 주택 인허가는 38만 8891가구로 전년보다 25.5%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33.2%)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착공은 20만 9351가구로 전년보다 45.4% 줄었고, 분양과 준공 물량도 전년 대비 각각 33.1%, 23.5% 감소했다. 보통 주택은 인허가 이후 3~5년, 착공 2~3년 후에 공급되는 만큼 수년 후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로 보면 주택 공급 지표가 부진하지만 월별로 보면 지난해 10월 이후 착공, 인허가 물량 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