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공제회 금융투자이사(CIO·최고투자책임자) 공백 사태가 넉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공제회 일각에서는 CIO 부재 사태가 2020년 때처럼 1년 이상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본다. 청탁금지법 혐의로 직무 고발당한 배용주 이사장이 지난해 7월 사임 의사를 밝힌 뒤, 후임 이사장 공고도 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경찰공제회는 전임 CIO가 지난해 10월 17일 퇴임한 후 넉 달이 지난 현재까지 후임 CIO 모집 공고를 올리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CIO 후보군은 있지만 배 이사장 퇴진과 후임 문제도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공고를 올리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경찰공제회는 현재 수뇌부 없이 운영 중이다. 이사장, CIO 뿐 아니라 감사, 사업이사, 관리이사 등 임원 전원이 임기가 만료돼 현재 공석이다. 지도부 공백이 장기화하는 건 배 이사장 후임 선정 작업이 더뎌지면서다. 지난 2021년 6월 30일 경찰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배 이사장은 2년 임기를 마치고, 2023년 7월 한 차례 더 임기를 연장하려 했지만 지인 회사에 100억 원을 투자하라고 압박하고 임기 연장 전 운영위원에 식사와 선물을 제공하는 등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가 불거지며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다만 현재까지 등기 임원 지위를 유지 중으로 사임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다.
경찰공제회 CIO 공백이 장기화할 수 밖에 없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우선 배 이사장이 직무 고발 상황으로, 사임 처리도 되지 않아 차기 이사장 선임이 요원한 만큼 후속 인사인 CIO 공고도 늦어질 것으로 본다.
공제회 대의원의 동의를 받는 절차도 험난할 전망이다. 공제회 대의원 대부분은 경제, 금융 수사를 담당한 경찰 출신으로 금융투자 업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0월 퇴임한 한종석 전 CIO는 2022년 연기금 등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는 상황에서도 5% 수익률을 냈지만 임기 연장을 묻는 대의원회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동의가 나오지 않으면서 CIO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1년 동안 이어졌던 CIO 공백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회원 12만 명, 기금 규모만 4조 원이 넘는 경찰공제회 CIO 공백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자칫 안정적 기금 운용이라는 우선 목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경찰공제회는 2019년 5.5%, 2020년 5.2%, 2021년 5.6%, 2022년 5.0% 등 최근 4년 연속 5%대 수익률을 내며 코로나19, 금리 급등으로 자본시장 변동성이 클 때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