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사건’의 단초가 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전 서울 서초갑 지역위원장)의 후임 지역위원장이 총선 출마를 앞두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전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소속의 최은상 서초갑 지역위원장과 김기영 전 서초을 지역위원장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최 위원장과 김 전 위원장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서초구청장 후보 경선에 출마할 당시 경쟁 후보였던 전직 시의원 A씨를 떨어뜨리기 위해 지난해 4월 유튜버 신모씨에게 허위 사실에 근거한 형사 고발을 사주한 혐의를 받는다.
선거 결과 A씨는 당내 경선에서 떨어졌고 본선에는 김 전 위원장이 올랐다. 이에 A씨는 김 전 위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사건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해당 고발장이 당초 최 위원장이 김 전 위원장에게 전달해 고발로 이어진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달 두 사람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야권의 무덤으로 불리는 서초구는 민주당 출신의 구청장이나 국회의원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후보자로 선출될 시 지역 내 공천권에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위원장 선임 가능성이 높아 눈독 들이는 이들이 많다. 최 위원장은 이 전 부총장의 후임으로, 약 2년 전 이 전 부총장의 부탁을 받아 그의 소유의 주택 신축 사업을 진행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이번 판결에 따라 민주당의 공천 과정에도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1일 진행될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총선 지역구 예비후보 면접 심사에 최 위원장과 김 전 위원장이 출마를 준비 중인 서울 서초갑과 관악갑 지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만큼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직선거법상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은 무효된다. 최 위원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직 1심 판결이기 때문에 면접은 차질 없이 참석할 예정”이라며 “재판 결과에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일주일 내로 항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당내 공천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공관위가 이번 선고와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서초갑은 전통 보수 텃밭인 만큼 전략 공천 지역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서초갑 지역위원장은 최 위원장을 포함해 3대째 검찰 수사로 곤혹을 치르는 자리다. 19대 총선에 출마했던 이혁진 전 위원장은 1조원대 펀드사기를 저지른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창업자로, 회사 자금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해외로 출국한 상태다. 이 전 사무부총장은 10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4년 2개월 형이 확정됐으며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