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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은 언제부터 당당했을까…선정성마저 '서사'되는 이유[허지영의 케해석]

'톰보이'→'퀸카', 3연속 흥행

욕설·도발…한계 없는 표현 특징

선정성·대중성은 여전한 딜레마



주목할만한 케이팝 아티스트, 가요 담당 허지영 기자가 케-해석 해봤습니다!





(여자)아이들 정규 2집 '2' 콘셉트 포토 /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여자)아이들 정규 2집 '2' 콘셉트 포토 /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2018년 5월 데뷔해 올해로 7년 차를 맞은 (여자)아이들은 '성실'의 아이콘으로 불릴 만하다. AAA, 멜론뮤직어워즈, 골든디스트, 가온차트에서 신인상 4관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데뷔한 이들은 '라차차(LATATA)'부터 '한', '세뇨리타(Senorita)', '우-오(Uh-Oh)', '덤디덤디(DUMDi DUMDi)', '화' 등 1년에 최소 2개의 음반을 발표하며 성실히 디스코그래피를 쌓아왔다.

2021년 인기 멤버 수진이 학교 폭력 논란으로 탈퇴하며 그룹의 앞날을 걱정하는 이도 많았지만, (여자)아이들은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그룹의 정체성에 변화를 준 것. 언제부턴가 (여자)아이들에게는 '걸크러시', '당당함', '도발적'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주체적인 여성상을 외치는 걸그룹 사이에서도 단연 빛나는 이들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여자)아이들 정규 2집 '2' 콘셉트 포토 /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여자)아이들 정규 2집 '2' 콘셉트 포토 /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 '톰보이'부터 '슈퍼 레이디'까지...4연속 흥행 = 수진이 탈퇴한 후 첫 음반이자 데뷔 첫 정규 음반인 '아이 네버 다이(I NEVER DIE)'의 타이틀곡 '톰보이(TOMBOY)'는 (여자)아이들이 본격적으로 정체성과 메시지를 확고히 한 앨범으로 꼽힌다. 록 기반의 강렬한 사운드에 '미친 연', 'Fxxking', '사정없이 씹으라고' 등 수위 높은 가사가 쏟아지는 곡이다. 특히 'Ye I'm be Tomboy'라는 가사의 '삐' 처리는 청자에게 욕설을 유도하는 연출로 반향을 일으켰다.

(여자)아이들 정규 1집 '톰보이' 콘셉트 포토 /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여자)아이들 정규 1집 '톰보이' 콘셉트 포토 /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여자)아이들은 이 곡을 통해 아이돌에 씌워진 편견을 조명했다고 평가받는다. 뮤직비디오에서 'G'라는 남성 인형을 죽임으로써 그룹명 (여자)아이들의 '(여자)'를 없애는 점, 아이돌에게 금기된 욕설을 가사에 삽입한 점 등이 이유다. 전소연 역시 "음악에는 성별이 없다. (여자)아이들은 걸그룹에게 붙는 한계와 편견들을 깨는 음악들을 할 것"이라며 정규 1집 앨범 커버에서 '여자'를 뜻하는 '(G)'를 빼기도 했다.

(여자)아이들 미니 6집 '아이 필 ' 콘셉트 포토 /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여자)아이들 미니 6집 '아이 필 ' 콘셉트 포토 /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마르고 여성스럽고 가녀린, 정형화된 이미지를 강요받는 한국 걸그룹의 현실을 꼬집는 콘셉트에 팬덤과 대중은 환호했다. (여자)아이들도 확신을 얻었다. 같은 해 발매한 미니 5집 '아이 러브(I Love)'의 타이틀곡 '누드(Nxde)'에서는 메시지가 더욱 확고해졌다. 단어는 외설스러운 이미지이지만, 가사는 정반대다. '실례합니다 / 여기 계신 모두 / 야한 작품을 기대하셨다면 / Oh I'm sorry 그딴 건 없어요', '변태는 너야' 가사는 제목만 보고 각자의 '19금'을 떠올린 대중 모두를 비판한다. '톰보이'가 직설적으로 편견을 거부했다면, '누드'는 한번 비꼬아 대중에게 메시지를 찾게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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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발매한 차기 앨범 '아이 필(I feel)'의 타이틀곡 '퀸카 (Queencard)'에서는 메시지를 한 번 더 숨겼다. '톰보이', '누드'와는 달리 제목도, 가사도 단순하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에 가사는 'I am a 퀸카'를 반복할 뿐이다. 곡의 의미는 뮤직비디오에서 드러난다. 뮤직비디오는 외모 자존감이 낮은 주인공이 성형수술을 결심하지만, 꿈에서 있는 그대로의 매력을 인정받아 성형수술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아 외모지상주의를 유쾌한 톤으로 비판했다.

(여자)아이들 정규 2집 '2' 타이틀곡 '슈퍼 레이디' 뮤직비디오 /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여자)아이들 정규 2집 '2' 타이틀곡 '슈퍼 레이디' 뮤직비디오 /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지난 29일 발매한 정규 2집 '2'와 타이틀곡 '슈퍼 레이디(Super Lady)'는 '톰보이'처럼 확고한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던지는 방법으로 돌아왔다. 곡은 제목부터 가사까지 단순하고 직설적으로 (여자)아이들만의 당당한 텐션을 뽐낸다. '불길이 다 번져도 / 그 어떤 놈보다 멋지게 / I am the top super lady' 등이 그렇다. 신보는 그룹 자체 최고 선주문량(180만 장)을 기록하고 타이틀곡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미국 아이튠즈 톱 100 차트 정상에 오르는 등 순항하고 있다.

◇외설? 콘셉트? 완성도 출중하나 표현력은 딜레마 =

여성과 국내 아이돌에 대한 편견, 외모지상주의를 탈피한 각자의 아름다움, 당당한 애티튜드에 관한 진보적인 메시지에 전소연의 출중한 프로듀싱이 어우러지며 (여자)아이들은 독보적인 정체성을 가진 그룹으로 거듭났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도 내놓았다. 멜로디는 대중성이 출중하지만, 이지리스닝이 대두되는 K-팝 특성상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다소 아쉽다는 평이다. 팬덤은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여러 오마주와 상징을 하나하나 분석하며 완성도에 감탄하기도 하지만, 대중에게는 그저 '외설'로 치부될 수 있다는 점이 딜레마인 셈이다.

요컨대 '누드'는 비록 당당한 나 자신,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가볍게 곡을 접하는 K-팝 가요 특성상 대중에게 가사에 담긴 메시지보다 '누드'라는 원색적 표현 자체가 더 큰 영향을 끼쳐 부정적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퀸카' 역시 가사 '아무거나 걸친 Girl 퀸카카카 / 마르거나 살찐 Girl 퀸카카카 / 자신감 넘치는 Girl 퀸카카카' 라는 구절을 제외하면, 모든 가사가 외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찬양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메시지의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만하다.

(여자)아이들 정규 2집 '2' 콘셉트 포토 /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여자)아이들 정규 2집 '2' 콘셉트 포토 /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정규 2집 '2'에서는 '선정성' 논란도 따라왔다. 2개의 콘셉트 포토에서 멤버들은 블랙 제복 안에 과감한 이너를 입은 콘셉트와, 비키니 차림의 콘셉트를 공개했다. 파격적인 노출을 두고 여러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대부분 '(여자)아이들이니 분명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2'의 수록곡이자 선공개 곡 '와이프(Wife)'가 공개됐을 땐 대부분 혀를 내둘렀다. 지나치게 선정적인 가사가 문제였다. '자기야 한입 크게 맛봐 / 좀 더 줄 테니 그만 침 좀 닦아 / 이제 다 큰 거 아니 너네 아빠 / 그래 그럴 줄 알고 케이크 좀 구웠어 / 그게 다가 아냐 위에 체리도 따 먹어줘 /조심스레 키스하고 과감하게 먹어 치워' 등의 가사에 '와이프'라는 단어가 조합돼 외설적으로 들린다. 이러한 이유로 곡은 KBS 가요심의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아 논란이 더욱 커졌으나, 그룹은 '방송 활동을 하는 곡이 아니다'며 가사를 개정하지 않았다.

(여자)아이들 정규 2집 '2' 선공개곡 '와이프' 뮤직비디오 /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여자)아이들 정규 2집 '2' 선공개곡 '와이프' 뮤직비디오 /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편견을 거부하고 주체성을 노래하는 (여자)아이들의 행보가 다른 걸그룹과 차별되는 지점은 '한계'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톰보이'에서는 욕설을, '누드'에서는 신랄한 비판을, '퀸카'에서는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슈퍼 레이디'에서는 시원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콘셉트와 선정성은 한끗 차이다. 누군가는 '선을 넘었다', 누군가는 '그저 콘셉트'라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이 상황마저 (여자)아이들 이 의도한 서사의 완성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의견은 다를지언정 (여자)아이들이 이번 논란을 자양분 삼아 더욱 한계 없는 그룹으로 성장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지 않을까. 논란도 '서사'로 만드는 이들의 다음 행보는 어떤 '외설'과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허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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