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을 세 시간 앞두고 기내에서 쓰러진 환자가 같은 비행기에 탄 대학병원 교수의 응급처치로 목숨을 구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비행기 안은 물론 새벽 시간임에도 인천공항에서 병원까지 동행하는 등 선행을 베푼 주인공이 알고보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방역전문가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라는 사실이 더해지며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1일 이화의료원에 따르면 천 교수가 지난달 19일 새벽 뉴욕에서 한국으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심근경색 환자를 응급 처치하고 이송까지 함께 한 환자 A씨가 최근 무사히 퇴원했다.
당시 A씨는 갑작스러운 흉통과 호흡곤란, 극심한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기내에서 쓰러졌다. 인천공항 착륙 3시간 전이었다. 승무원들은 즉시 기내 방송을 통해 의사와 간호사를 찾았고, 방송을 들은 천 교수는 바로 A씨에게 다가가 문진과 청진, 혈압 측정 등 응급 진료로 상태를 확인한 후 미국인 의사와 함께 A씨에게 산소와 아스피린, 나이트로글리세린 등을 투여했다.
A씨는 약물로 인해 증상은 다소 완화됐으나 여전히 지속적인 흉부 압박감과 호흡 장애를 호소했다. 천 교수는 비행기가 인천에 도착하면 곧바로 이대목동병원 응급실로 이송될 수 있도록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병원에 준비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새벽 시간 인천공항에서 서울까지 구급차를 배치하기가 어려워지자, 보호자 차량에 환자를 태우고 병원까지 동행해 환자 곁에서 상태를 계속 점검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천 교수의 인계를 받아 병원에서 심장 검사를 진행, 심근경색 판정을 받고 정익모 순환기내과 교수에게 긴급 관상동맥조영술을 받았다. 성공적으로 시술을 마친 A씨는 일주일 동안 심근경색과 폐색전증 치료를 받은 후 무사히 퇴원했다.
A씨는 "가족과 여행 중이었는데도 기꺼이 병원까지 동행해 주신 천은미 교수님 덕분에 치료를 잘 받고 퇴원했다"고 감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교수는 "의사로서 도움을 드려 필수의료진으로서 보람을 느꼈다"며 "앞으로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천 교수는 이화여대 의학과를 졸업하고 모교인 이대의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호흡기내과 전문의로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다수 언론 인터뷰에 응하며 방역 전문가로 활약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국민의힘 캠프의 코로나위기대응위원회에서도 활동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