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반도체 소재기업 머크가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주요 한국 고객사들의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 확대에 따라 국내 사업을 더욱 확장한다. 기존 예정된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물론 AI용 고부가 메모리 생산을 위해 필요한 첨단 소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아난드 남비어 머크 수석부사장은 2일 서울 강남구 신라스테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투자와 혁신을 통해 최선의 공급망과 회복 탄력성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삼성전자를 적극적으로 서포팅(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주요 고객사 중 한 곳인 삼성전자와의 협력 강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남비어 부사장은 CES 2024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과 회동한 사실도 언급했다.
머크는 독일에 본사를 둔 화학 소재 기업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품 제조에 필요한 각종 소재를 공급한다. 한국에는 1989년 진출해 현재 13개 사업장에 17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머크는 2022년 밝힌 6억 유로(약 8600억 원) 규모의 한국 투자 계획이 순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내 박막소재 기업 엠케미컬을 인수하고 평택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제조시설을 확장하는 데 투자금의 절반을 썼다. 남은 3억 유로로는 엠케미컬 인수를 통해 확보한 충청북도 음성 공장에 추가 투자를 집행한다. 경기도 안성에선 반도체 절연물질인 SOD 연구소를 짓기 위해 설비를 반입 중이다.
남비어 부사장은 ”2030년쯤 되면 (한국에) 또 한 차례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올해와 내년 사이 추가 투자 규모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규 한국머크 대표도 중장기적으로 한국에 10개가량의 반도체 ‘메가 팹’이 생길 것이라고 언급하며 "한국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메모리 최강국이고 머크 역시 업계 리더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부가 반도체 개발에 따른 신기술 공급 계획도 밝혔다. 차세대 노광 기술인 유도자기조립(DSA)이 대표적이다. 현재 초미세 공정의 핵심으로 꼽히는 노광 기술인 극자외선(EUV)이 빛을 통해 회로를 새긴다면 DSA는 폴리스티렌 등 화학 소재를 도포하는 방식이다.
남비어 부사장은 “DSA를 적용하면 EUV 공정 중 두 단계를 없앨 수 있다”면서 “DSA와 관련해 수년에 걸쳐 국내 기업은 물론 세계 유수 고객사와 협업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