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칠레 중부를 집어삼킨 최악의 대형 산불로 최소 99명이 숨지고 370여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커지고 있다. 칠레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화재 진압과 구조 작업에 착수했다.
4일(현지 시간) CNN 등 외신을 종합하면 2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116km가량 떨어진 발파라이소주(州)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과 건조한 공기를 타고 중부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피해는 관광객이 많은 휴양지인 비냐델마르·킬푸에·비야알레마나·리마셰 등에 집중됐다. 칠레 법률의료서비스(SML)에 따르면 현재 99명이 사망했으며 이들 가운데 32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생사 확인이 어려운 실종사 수는 37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브레일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피해 지역을 방문해 “사망자 수가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며 5~6일을 화재 희생자에 대한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그는 52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010년 2월 규모 8.8의 강진을 언급하며 “의심할 여지 없이 2010년 참사 이후 최악의 비극”이라며 “모든 필요한 자원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할 것” 덧붙였다.
당국이 산불 진압과 실종자 수색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인 화재가 발생하며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재난예방대응국에 따르면 전국에서 16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알바로 호르마자발 국가재난예방대응국장은 “소방관들이 102건의 화재를 진압했고, 현재 40건의 화재와 싸우고 있으며, 19건은 감시 하에 있다”고 밝혔다. 발파라이소 주지사는 당국이 화재 진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피해 지역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지금껏 칠레에서 화재로 탄 면적은 110㎢에 달하는데 이는 경기 수원시 전체 면적(약 121㎢)와 맞먹는다. 주택부는 주택 3000~6000채가 화재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국가에서 73년 넘게 관리해온 식물원 역시 90% 이상이 소실됐다. 앞서 마리오 마르셀 칠레 재무장관은 발파라이소주 피해 추정치만 “수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경찰은 칠레 중부 탈카시에서 방화 용의자 1명을 체포했다. 용의자는 자신의 집에서 용접 작업을 하던 중 우연히 화재를 일으켰고 불이 인근 초원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이번 참사는 최근 칠레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던 와중에 고온 건조한 기후를 탄 산불이 확산되며 발생했다. CNN은 과학자들을 인용해 “기후 변화와 엘니뇨 현상이 점점 더 지구를 덥게 만들고 있다”며 “이는 폭염과 화재 등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