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지게 되자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심판론’을 펴는 한편 내부적으로 위성정당 창당 준비에 속도를 올렸다. 민주당은 ‘반(反)윤석열’을 기치로 내건 범야권 위성정당 창당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관련 작업에 돌입했다. 여야 모두 ‘의원 꿔주기’ 등 구태를 재연할 태세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6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날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천명하자 위성정당 창당 논의로 분주했다. ‘국민의미래’로 위성정당의 명칭을 이미 정한 국민의힘은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을 마친 데 이어 5개 이상의 시도에서 총 5000명 이상을 모집해 시도당을 만들 계획이다. 이어 중앙당 창당 대회를 열고 당헌 당규와 당 지도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여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5000명 확보는 거의 다 됐다”며 이르면 이달 중순 창당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이 대표가 선언한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 및 통합 비례정당 창당을 만장일치로 추인했다. 이후 곧바로 실무 작업에 착수해 범야권 위성정당 이름을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으로 정하고 창당 추진단장으로 박홍근 전 원내대표를 내정했다. 반윤을 공통분모로 모일 연대 대상으로는 ‘신당’보다는 이미 있는 야권 정당들을 우선 고려하기로 했다.
반윤의 선봉에 섰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주도의 위성정당에 합류할지도 관심사다. 조 전 장관은 앞서 ‘반윤 연대 빅텐트’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사법 리스크’가 변수다. 8일 예정된 자녀 입시 비리 의혹 관련 항소심 판결에서 법정 구속 이상을 선고받는다면 총선에서 그의 역할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창당 작업이 끝나면 여야는 현역 국회의원 일부를 위성정당으로 이적시킬 계획이다. 4년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민주당이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의원 일부를 빌려준 ‘의원 꿔주기’ 구태가 되풀이되는 셈이다. 오직 ‘의석수 확보’라는 당리당략을 달성하려 판박이 정당을 만들고, 합당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지만 현역 의원 수에 따라 ‘정당 기호 순번’이 정해지기 때문에 양당 모두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벌써부터 위성정당 난립으로 투표용지가 48㎝에 달했던 4년 전 총선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투표용지 상단에 이름을 올릴 책임이 있는 양당 지도부는 불출마 혹은 공천 탈락 의원들을 위성정당에 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불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의 장제원·김희국·윤주경 의원, 민주당의 우상호·김홍걸·임종성 의원 등이 위성정당 창당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다만 이들은 당적 변경에 대해 탐탁지 않아 하는 기류가 강하다.
여야가 총선을 겨냥해 영입한 인사들 일부도 위성정당으로 옮길 예정이다.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당원 가입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당적을 변경하는 꼴이다. 국민의힘은 준연동형 비례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영입 인사 일부는 정식 입당 절차를 미루기도 했다. 비례 후보로 검토된 여당의 한 영입 인재는 “입당 세리머니만 하고 서류 작성은 안 했다. 당적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