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아버지

이재무





몸에서 아버지 튀어나온다



고향 떠나온 지 사십 년

아버지로부터 도망 나와

아버지를 지우며 살아왔지만

문신처럼 지워지지 않는 아버지

몸 깊숙이 뿌리 내린,



캐내지 못한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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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생을 꿈꾸며 살아왔으나

나는 여전히 아버지의 식민지

불쑥, 아버지 튀어나와

오늘도 생활을 뒤엎고 있다

아버지는 성채이고 왕국이다. 어릴 때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하지만, 자라면서는 탈출해야 할 감옥이다. 우람한 참나무에서 쏟아진 혈통 좋은 도토리들도 데굴데굴 아버지 그늘에서 도망간다. 저만치 달아나서 제 땅 딛고 제 하늘 이고 서 있지만, 나뭇잎 흔들릴 때마다 아버지 모습 일렁거린다. 아버지를 뵈러 고향에 갔으나 아버지가 없다. 아버지 대신 형을 보러 간다. 아버지도 형도 없을 땐 거울을 본다. 아버지가 웃는다. 설날 아침, 떡국 한 그릇 잘 대접해야겠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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