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윤 정부 R&D 혁신이 성공하려면

정병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혁신은 파괴적 연구성과에 기반

도전형 R&D엔 맞춤형 평가 실시

연구비 사용도 유연성 대폭 높여

정부 연구개발 질적 도약 이뤄야





파괴적 혁신 기술로 신산업을 창출해온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성공 모델이 새삼 연구개발(R&D) 정책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는 날로 심화하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저성장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이 새롭게 도약하려면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의 진정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다시 확인시켜주고 있다.

전 세계 주요국들은 도전적 R&D 지원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DARPA를 벤치마킹해 영국은 고등연구발명국(ARIA), 독일은 파괴적혁신목적공공기관(SPRIN-D)을 설립했다. 최근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는 보건 분야의 혁신적 연구를 위해 보건의료고등연구계획국(ARPA-H)을 새로 출범시켰다. 우리나라도 한계 도전 R&D 프로젝트, 한국형 ARPA-H 등 부처별로 혁신·도전적 R&D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획기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개별 사업을 넘어 전체 정부 R&D 체계가 확실히 탈바꿈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윤석열 정부 R&D 혁신 방안의 요점은 바로 실패를 용인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혁신·도전적 R&D 육성 체계의 도입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윤석열 정부의 R&D 혁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다음과 같은 추진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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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사업이 지닌 혁신성과 도전성에 걸맞은 차별화된 운영 방안의 적용이다. 그동안 불확실성이 높아 예비타당성조사 신청이 어려웠던 도전적 R&D 사업에 대해서는 이를 고려한 평가 항목을 적용하고 사업 평가에서도 접근 방식의 차별성, 파급효과 등을 고려한 맞춤형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둘째, 연구자가 체감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혁신 도전형 R&D 추진이 필요하다. 혁신 도전형 R&D 연구비 사용의 유연성을 대폭 높여 연구자가 필요한 만큼을 적기에 활용하도록 하며 최신 동향을 가장 잘 아는 프로덕트매니저(PM)가 의사 결정자가 돼야 한다. 또 최신·고성능 장비 수의계약을 허용해 도입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등 현장에서 체감되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 R&D 예산의 일정 비율을 혁신 도전형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미국 DARPA의 올해 연간 예산은 연방정부 총국방비의 4.4%인 44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이며 ARPA-H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전체 예산의 총 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정책 수요 속에서 R&D의 양적 투자 확대도 결코 쉽지 않으나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낼 질적 도약은 더욱 어려운 길이다. 이번 윤석열 정부의 혁신·도전적 R&D 활성화 정책이 장기적으로 정부 R&D를 혁신·도전적 R&D로 전환시키는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혁신은 도전에 근거한 파괴적 연구 성과에 기반한다. 이런 성과는 글로벌 연구 공동체 내에서 우리가 최초로 도전적 질문을 제기하고 또한 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전략적 글로벌 연구 협력의 활성화 방안도 함께 추진돼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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