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좀비 PF사업장' 정리 속도…대출만기 연장 문턱 높인다

당국 '대주단 협약' 개편 착수

채권자 동의율 66%→70%대 추진

만기연장, 금리 인상 등에 추가비 늘어

프로젝트 자체 사업성 악화





금융 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대출 만기 연장을 위한 채권자 동의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만기 연장을 기존보다 어렵게 만들어 ‘좀비 PF 사업장’을 신속하게 정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소규모 금융사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금융 당국은 PF 시장 정상화를 위해 속도감 있게 협약을 개정할 방침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주요 금융사들과 이 같은 방식의 ‘PF 대주단 협약’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핵심은 현재 대주단의 66% 이상이 동의해야 실행되는 만기 연장 기준을 손보는 것이다. 당국과 금융사들은 만기 연장 협의를 위해 일정 기간을 부여하고 기한 내 협의를 마치지 못하면 현행보다 높은 수준의 동의 조건을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70%대로 높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채권단 내에서는 현행 75% 이상이 합의해야 진행되는 공동 관리(이자 감면 등) 절차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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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 금융권 인사는 “사업장의 사업성이 떨어졌는데도 만기 연장을 두세 차례 반복하면서 2년을 넘기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면서 “만기 연장을 반복하는 사업장은 동의율을 75%까지 끌어올리는 식으로 (만기 연장) 의사 결정을 어렵게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금융 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대출 만기 연장 문턱을 높이려는 것은 사업성이 떨어져 진행 여부가 불투명한 사업장이 많아 전체 PF 시장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 전체 브리지론 사업장 중 만기가 연장된 곳은 70%, 본 PF 사업장 중 만기 연장된 곳은 50%에 달한다.

만기 연장이 반복되는 사이 PF 사업장의 부실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만기 연장 시 채권단이 전보다 금리를 올리거나 수수료 명목으로 추가 비용을 청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기 연장 뒤 가까스로 본 PF로 전환하더라도 늘어난 금융 비용을 감안하면 프로젝트 자체의 사업성을 맞출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 상황을 계속 용납하면 어느 시점에 부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다”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판단하겠지만 부실 정리를 더 미루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협약 개정 과정에서 저축은행·캐피털사 등 후순위 채권자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장을 정리하면 원금을 챙길 수 있는 선순위 채권자와 달리 이들은 당장 손실을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캐피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주단 협약 개정은 채권단이 조율해 결정되지만 당국이 드라이브를 걸면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만기 연장 문턱이 높아지면 결국 일부 중소 금융사들은 손실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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