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나흘이나 되네요.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하루쯤 혼자 만의 시간을 갖게 될텐데요. 집에 있기엔 아쉽고, 멀리 떠나기엔 짧은 시간 평일에는 가기 어려웠던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은 분들도 많을텐데요. 전시는 많지만 어떤 전시를 봐야할지 선택이 쉽지는 않습니다. 서울경제가 연휴기간 전시관을 개방하는 미술관을 중심으로 놓치기 아까운 주요 전시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특히 미술관을 다니며 교양을 쌓고자 하는 ‘미술 초심자’라면 더욱 이번 연휴를 알차게 보내보면 어떨까요.
RM이 ‘픽’한 작가, 장욱진과 박대성
미술 초심자들에게 아직 현대미술은 난해하고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차라리 풍성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한국 근대 작가들의 전시가 좀 더 이해하기 쉬운데요. 마침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고 해요. 장욱진(1917~1990)은 한국 근현대 화단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방탄소년단의 멤버 RM이 사랑하는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양주시립미술관 공동 주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1920년대부터 1990년까지 이어진 장욱진의 유화, 매직펜 그림, 도자기 그림 등 270여 점의 작품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요. 작가의 작품을 청년기→중·장년기→노년기로 구성해 그가 추구한 주제 의식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작가가 학생 작품전에서 입상한 ‘공기놀이’와 같은 초기작, 작가의 첫 불교 관련 작품인 ‘진진묘’,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미술관이 신규로 발굴한 장욱진의 최초 가족 그림 1995년 작 ‘가족’ 등 다양한 작품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해요. 특히 전시작 중에는 RM의 소장작 6점도 포함되는데요. 다만 RM은 자신의 소장작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을 우려해 어떤 작품인지는 비밀에 부쳤다고 해요. 정말 월클(월드클래스)다운 생각이네요. 이 전시는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을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전시는 연휴 내내 관람할 수 있다고 해요. 이번 연휴가 마지막 기회인 만큼 이번 연휴 꼭 들여다보길 ‘강력 추천’합니다.
또 다른 ‘RM 픽’ 작가인 한국화 대가 박대성의 전시 ‘소산비경’도 연휴 기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수묵화가 소산 박대성(79)은 지난해까지 8곳의 해외 기관에서 순회전시를 열었는데요. 이번 전시는 순회전시를 기념하기 위해서 마련됐다고 해요. 특히 지난 202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LA카운티미술관(LACMA) 전시에는 역시 RM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박대성은 수묵화의 현대화라는 어려운 업적을 남긴 작가입니다. 해외 순회 전시는 독일과 카자흐스탄, 이탈리아 등 유럽의 한국문화원에서 시작해 미국으로 건너가 LACMA부터 하버드대 한국학센터, 다트머스대 후드미술관,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찰스왕센터 및 메리워싱턴대학까지 전역에서 이뤄졌고, 가는 곳마다 호평을 얻었다고 해요. 세계적인 거장이 된 작가의 전시는 연휴 기간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전시가 열리는 가나아트센터는 2월 10일 설날 당일에는 휴관하며 2월 9일, 11일, 12일에는 정상 운영합니다.
로봇부터 덩어리까지…현대미술 전시도 볼 거리 가득
서울 종로구 삼청동길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올해의 작가상 2023’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올해의 작가상 2023’은 매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하는 신진작가 선발 프로젝트입니다. 올해는 음악과 연극, 미술을 아우르는 뉴미디어 퍼포먼스를 기획하는 권병준이 최종 선정됐는데요. 전시관에서는 ‘로봇’을 소재로 한 작가의 신기하고 독특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함께 후보에 오른 갈라 포라스-김과 이강승, 전소정 역시 현재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는 작가들인데요. 이들의 작품을 조망하는 ‘올해의 작가상 2023’ 전시는 이달 31일까지 서울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다만 서울관은 설날 당일인 10일을 제외하고 연휴 내내 개방한다고 하니까 참고하세요.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남서울미술관에서는 정현(67) 작가의 개인전 ‘덩어리’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정현은 침목, 폐자재, 고철 등 쓸모를 다한 재료를 다루며 한국 현대 조각사에서 독보적인 활동을 펼쳐온 작가인데요. 폐품 덩어리가 어떻게 작품이 될지 의아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폐품 덩어리를 3D프린팅 기술 등을 접목해 스티로폼 조각으로 재구성하는데요. 작가는 이 과정을 “남들이 보기엔 하찮은 것에도 사연이 있다, 남 모르게 살아가며 세월의 무게를 이겨낸 이들의 강인함을 노래하고 싶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시 ‘덩어리’는 오는 3월 17일까지 열리는데요. 미술관은 나흘 연휴 기간 내내 정상 개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