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장철민·이소영 나올까?”
4년 전 제21대 총선에서 ‘83년생’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장철민은 더불어민주당에게 험지로 불렸던 대전 동구에서 당선됐다. 이곳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16년 만이었다. ‘85년생’ 변호사 출신 영입인사 이소영도 경기 과천시·의왕시에 전략공천 돼 당선됐다. 19대 국회 이후 민주당이 8년째 자리 잡은 곳이지만 인구 구조 변화 등으로 인해 당 내부에선 험지로 분류된 지역이었다.
12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번 제22대 총선에서도 다양한 청년 예비후보들이 ‘험지(險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부 비례대표 의원과 ‘친명(친이재명)’을 앞세운 후보들이 비교적 민주당에 유리한 지역구에 출마선언을 하며 ‘자객 출마’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82년생’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출마를 선언했다. 지금껏 민주당이 한 번도 당선되지 못했던 곳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4일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한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 지역이 민주당의 패배를 상징하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막겠다”며 “이동학의 출마로 이곳은 험지가 아니라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구 쓰레기문제를 연구하는 쓰레기센터 대표이기도 한 이 전 최고위원은 “2050년 파괴적 기후가 될 것이란 과학적 지표가 해마다 발표되지만 지금의 정치는 대응의 절박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세대들과 미래세대들의 공존을 위해 암울한 미래 전망을 바꾸고 싶다. 이제는 해내는 정치로 바꿔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80년생’ 보좌관 출신인 오상택 울산 중구 지역위원장도 최근 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단수 공천을 받았다. 이곳 또한 지금껏 민주당에게 금배지를 안겨주지 않은 곳이다.
오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고통스러운 현재와 위태로운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며 “중구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중구 시민들의 안정된 행복을 위한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96년생’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일찌감치 서울 송파구을에 터를 잡았다. 이곳의 현역 의원은 박 전 비대위원장과 청년·여성이라는 교집합을 가지고 있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다. 당 공관위는 서울 송파을을 박 전 위원장과 변호사 출신인 송기호 전 지역위원장, 홍성룡 전 서울시의원 3인이 참여하는 경선 지역구로 발표했다.
이밖에 ‘96년생’ 박성민 전 청와대 청년비서관이 출마선언을 한 경기 용인시정 또한 두 번 연속 전략공천이 된 현역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데다 지역의 달라진 인구 구조 등의 이슈로 인해 이번 선거에선 험지로 불리는 곳이다. ‘88년생’ 권지웅 전 비대위원은 서울 종로구에 후보자 검증을 신청했지만 다른 지역 출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민주당 공관위는 공천 심사 과정에서 청년과 함께 여성, 장애인에게 심사점수의 25%를 가산하기로 결정했다. 전략 선거구에는 여성·청년의 공천을 우선 제안하기로 했다. 민주당 당규에서 청년의 기준은 만 45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청년 정치인에겐 보이지 않는 ‘유리 장벽’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조직력뿐만 아니라 금전적인 측면과 인지도 면에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수도권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하다가 최근 포기한 한 청년 정치인은 “지역에 뿌리박힌 기득권이 알게 모르게 작용하고 있고, 청년이라는 이유로 견제 받는 경우도 있다”며 “아직은 청년에게 가혹한 면이 없진 않다”고 토로했다.
총선일 기준 만 18세가 되는 양승하 씨(06년생)가 예비후보 등록을 해 관심을 모은 부산 해운대구갑 또한 최근 홍순헌 전 해운대구청장이 단수공천 됐다.
한편 국민의힘에서도 청년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87년생’ 김재섭 전 비대위원(서울 도봉구갑)은 3선 인재근 민주당 의원에 재도전장을 내밀었고, ‘83년생’ 이승환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3선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있는 서울 중랑구을에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