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이 새로운 해외 진출 기지로 멕시코를 택하고 있다. 친환경차 시장 성장세가 가파른 미국으로 운송하는 데 비교적 빠른 데다 값싼 노동력으로 비용 절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충족이 가능하다.
12일 부품 업계에 따르면 솔루엠은 이달 2일(현지시간)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신규 생산법인 준공식을 개최했다. 새 공장은 연면적 9만5700㎡(약 2만 9000평) 규모로 지난달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공장 부지 매입과 시설 투자에 약 530억 원이 투입됐다.
생산라인에선 TV 부품과 전자가격표시기(ESL)는 물론 전기차 충전기용 파워모듈, 전기차용 파워 유닛, 차량용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전장 부품이 제조된다. 솔루엠은 앞서 유럽판매인증(CE)을 취득한 30kW(킬로와트) 전기차 충전기용 파워모듈에 대해 이달까지 미국판매인증(UL)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전성호 솔루엠 대표는 “1년 전 황무지에 지나지 않았던 이곳은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친환경 제품들을 생산하는 터전으로 재탄생했다”고 강조했다.
이뿐 아니다. 경창산업은 현재 멕시코 뉴에보레온주에 공장을 짓고 있다. 투자 규모는 1000억 원 수준으로 새시 부품이 2025년부터 생산될 예정이다. 경창산업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수요에 따라 무게를 줄이면서 공간을 최적화한 전기차 전용 e-새시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전장부품 업체 유라코퍼레이션 또한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 약 460억 원을 들여 토레온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이번 투자는 멕시코에 첫 진출한 2015년 이후 약 9년 만이다.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부품 수주를 따내겠다는 것이 유라코퍼레이션 측 구상이다. 북미 사업을 강화해 고객사 다변화를 꾀하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멕시코는 북미 전기차 시장의 요충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북미산 전기차에만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를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미국에 차를 수출하는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의 75% 이상을 북미에서 조달해야 세금을 내지 않는다. 멕시코자동차부품협회에 따르면 멕시코의 친환경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 생산량은 2023년 65만3204대에서 2029년 231만5774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등 북미 자동차 회사는 물론 현대차그룹, 도요타도 미국에서 전기차 투자에 나서고 있다”면서 “멕시코 신규 거점을 통해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해 성장 동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에 공장을 세우면 물류비도 절감할 수 있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화물 운송 시 통상 2~3일밖에 걸리지 않는 반면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운송할 경우 보통 15~20일 소요된다. 값싼 노동력도 이점으로 꼽힌다. 2023년 기준 멕시코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약 1.4달러로 북미(미국 7.24달러, 캐나다 12.2달러) 대비 크게 낮을 뿐만 아니라 중국(3.13달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의 멕시코 투자는 지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및 멕시코 경제부에 따르면 대(對) 멕시코 주요 투자국 가운데 한국은 6억7300만달러로 7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