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강력·마약범죄 느는데…소년법 개정안 국회 통과 '0'

■법률안 32건 '방치'

살인·강도·집단폭행 형사법 적용

처벌연령 하향 등 예방방안 담겨

마약사범 1000명 넘어 대책 절실

"현 시스템 범죄근절 기틀 마련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서울 송파을)이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괴한에게 습격 당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배 의원실이 공개했다. 연합뉴스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서울 송파을)이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괴한에게 습격 당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배 의원실이 공개했다. 연합뉴스




이른바 ‘또래 살인’으로 소년법상 최고형이 선고되는 등 14~18세 청소년 범죄가 날이 지날수록 ‘흉포화’되고 있으나 이를 근절할 법적 장치 마련은 ‘공회전’하고 있다. 21대 국회 임기가 막바지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처벌 연령 하향 △특정 범죄에 대한 형사사건 처리 △소년보호 처분 다양화 등 내용을 담은 소년법 개정 법률안은 국회에 대거 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정부·의원이 발의한 소년법 개정 법률안은 33건에 달한다. 하지만 자진 철회 1건을 제외하고는 32건이 논의만 거듭한 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개정 법률안에 담긴 주요 내용 가운데 하나는 소년부에서 심리하는 소년범의 나이를 기존 ‘19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낮추는 점이다. 살인, 강도, 강간, 집단적 폭행, 방화, 마약, 전자 금융 사기,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거나 5회 이상 범죄를 저지른 상습범에 대해서는 소년보호사건이 아닌 형사사건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부분도 담겼다. 19세 미만 소년범의 경우 현재 법원 소년부에 송치해 감호위탁,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 1~10호까지 보호처분을 내리는데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상습적으로 사건에 연루된 14~18세 청소년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성인과 마찬가지로 형사사건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1년 이내 소년원 송치 신설 등 소년보호 처분을 다양화하거나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으로 구성된 ‘소년비행예방협의체’를 구성·운영한다는 부분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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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회가 소년법 개정안 처리에 ‘손’ 놓고 있는 사이 14~18세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강력·폭력 범죄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대검찰청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한 ‘분기별 범죄동향리포트(2023년 3분기)’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살인·강도·방화·성폭력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은 4907명에 달했다. 2020년 3137명에서 2021년 3612명으로 느는 등 3년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도 3897명에 달한다. 게다가 살인 등으로 소년법상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난 또래 여학생을 흉기로 살해한 A(17) 군에게 징역 장기 15년, 단기 7년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형사11부도 ‘절교하자’는 말에 친구를 살해한 여고생 B(18) 양에게 똑같은 선고를 내렸다. 이는 소년법상 선고할 수 있는 최고 형량이다. 소년법 제59조(사형 및 무기형의 완화)에서는 ‘죄를 범할 당시 18세 미만인 소년에 대해 사형 또는 무기형으로 처할 경우에는 15년의 유기징역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폭행 사건에 연루된 소년범은 2019년 이후 2년 연속 감소했으나 2022년(1만 5425건)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3분기까지도 1만 1340건을 기록했다. 15~18세 청소년 마약사범도 급증 추세다. 지난해 청소년 마약사범은 1012명을 기록해 역대 처음으로 1000명 선을 넘어섰다. 이들 청소년 마약사범은 2016~2018년까지만 해도 55~70명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9년 101명을 기록한 데 이어 2022년에는 291명으로 느는 등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정신·육체적 성장이 빨라지면서 범죄가 늘고 양상도 잔혹·지능화되는 만큼 범정부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칫 시기를 놓쳤다가는 소년범죄를 근절할 ‘골든타임’마저 놓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승우 법무법인 법승 대표 변호사는 “과거에는 초중고교생들이 사고를 치더라도 선생님이 경찰서를 찾아가 다시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보증할 경우 훈계 방면으로 조치되는 등 교권 내에서 어느 정도 컨트롤이 가능했으나 현재는 아니다”라며 “현 교육 시스템에서 소년범죄를 근절할 수 있는 기틀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 체제 내에서 이탈해 강력·폭력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에 대해서는 경고성 차원에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법적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의 김은정 법무법인 리움 변호사는 “한순간의 처벌은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어 다소 신중해야 한다”며 “교육 체제와 함께 소년범 개도 시스템을 대폭 바꾸는 등 범정부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현덕 법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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