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아마존 등 M&A 줄줄이 좌초…빅테크 AI 투자도 현미경 검증

[거세지는 反독점 규제]주요국-빅테크 갈등 최고조

어도비-피그마·메타-지피 인수도

EU·英 등 경쟁당국 반대로 무산

구글 검색시장 독점訴도 연내 결론

MS, 오픈AI 투자 등 전방위 조사

美 "사실상 합병 아닌지 보겠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지난달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반대에 부닥쳐 로봇청소기 업체 아이로봇의 인수를 포기해야 했다. 아이로봇 인수를 지렛대로 로봇공학 분야 기술을 강화하려던 아마존의 야심 찬 계획이 좌절된 것이다. EU 경쟁 당국이 내세운 논리는 아마존스토어에서 로봇청소기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인수 시도에 대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공개적으로 인수합병(M&A)에 반대하지는 않았으나 EU 측과 해당 사안에 대해 긴밀히 교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 등이 처음부터 아마존의 아이로봇 인수를 강하게 반대했다.



미국과 EU를 비롯한 주요국 경쟁 당국들이 빅테크들과 전면전을 벌이면서 기술 기업 간 M&A가 줄줄이 좌초되고 이에 따른 소송전도 빗발치는 양상이다. 특히 올해는 구글의 ‘검색 시장 독점’ 소송에 대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데다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와 관련한 새로운 소송까지 예상돼 업계가 다시 한 번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시장을 선점하려는 빅테크와 시장 독과점을 막으려는 경쟁 당국 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빅테크 M&A 줄줄이 좌초=최근 수개월 동안 인수합병(M&A)이 막바지에 이르러 무산된 것은 아마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포토숍’으로 유명한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가 디자인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피그마와의 합병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EU와 영국 경쟁 당국이 두 회사 간의 합병이 경쟁을 저해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어도비가 제시한 가격은 200억 달러(약 26조 원)로 소프트웨어 업체 인수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는데 계약 파기로 위약금 10억 달러를 지불하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메타가 영국 경쟁 당국의 제동으로 2020년 인수했던 지피를 헐값에 매각했다. 지피는 이른바 ‘움짤’이라고 불리는 GIF 이미지 파일 공유 플랫폼으로 메타는 이를 4억 달러에 인수해 인스타그램과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영국 경쟁 당국은 해당 거래가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영국 광고주 간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며 매각을 명령했다.



이처럼 M&A가 줄줄이 좌초되면서 테크 업계에서는 “기술 기업 간 대규모 M&A는 앞으로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EU의 경우 미국의 빅테크에 의한 시장 잠식을 막기 위해 M&A에 더 강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고 미국 역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후 부정적 기류가 부쩍 강화됐다. WSJ는 “벤처기업이 회사를 매각해 초기 투자에 대한 수익을 얻고 이를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망가졌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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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 쏠린 세기의 반독점 소송=미국 법무부가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를 문제 삼으며 반독점 소송을 준비 중인 가운데 2020년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검색 시장 독점’ 소송도 올 5월 최종 변론을 앞두고 있다. 이르면 연내 결론이 나올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 재판은 향후 빅테크의 반독점 관련 소송에서 중요한 준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98년 미국 정부가 윈도 운영체제(OS)로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MS)를 고소한 사건 이후 20여 년 만에 가장 큰 사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 법무부는 구글이 삼성과 애플 등 스마트폰 업체들에 자사의 검색엔진을 강요하는 등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며 미국 내 90%에 달하는 점유율을 달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구글은 자사 검색엔진 성능이 뛰어나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선택한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번 재판에서 구글이 패소할 경우 구글의 검색 서비스 운영 방식이 완전히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별도로 인터넷 광고 회사 ‘더블클릭’을 인수한 구글의 광고 시장 독점 혐의에 대한 재판도 이르면 3월부터 시작된다. 또 메타의 반독점 행위를 둘러싼 재판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메타는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유망한 경쟁사를 인수해 시장의 경쟁을 저해했다는 이유로 2020년 FTC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여기에 미 법무부가 검토 중인 애플 소송까지 가세할 경우 빅테크와 미국 경쟁 당국을 둘러싼 긴장감은 최고조에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빅테크의 AI투자는 위험"=빅테크의 AI 투자가 잇따르는 가운데 미 FTC가 해당 투자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MS는 ‘챗GPT’로 유명한 오픈AI에, 구글과 아마존은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대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면서 기업가치가 치솟고 있다. FTC의 조사는 이 같은 투자가 사실상 기업 합병에 준하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리나 칸 FTC 위원장은 “지배적인 기업이 추진하는 투자와 파트너십이 혁신을 왜곡하고 공정한 경쟁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는지 여부를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FTC는 이에 따라 아마존·구글 등 빅테크와 오픈AI·앤트로픽 등 AI 스타트업에 각 사가 파트너 사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의사 결정을 위한 공동 작업 방식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심층 조사하고 있다. FTC는 조사 과정에서 경쟁법 위반 사항이 발견될 경우 이를 법무부의 반독점 관련 부서 등에 통지할 예정이다. EU 경쟁 당국과 영국의 경쟁시장청(CMA)도 MS의 오픈AI 투자에 대한 조사에 나서는 등 AI 분야에서 경쟁 당국의 칼날은 한층 날카로워지고 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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