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미혼모, 이혼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다룬 영화 '브로커'의 한 장면. 사진 제공 = CJ ENM'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이 10명 중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하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응답률은 19%에 그쳤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 청소년 가치관 조사 연구' 보고서를 14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5∼7월 전국 초·중·고교생 7718명(남학생 3983명·여학생 37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결혼관에 대한 질문으로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 ‘외국인과 결혼할 수 있다’, ‘동성결혼을 허용해야 한다’의 네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결과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를 선택한 답변자는 29.5%에 그쳤다. 2012년 조사에서는 해당 항목을 73.2%가 선택했던 것과 비교하면 11년 만에 절반도 못 되는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남학생(82.3%→39.5%)보다 여학생(63.1%→18.8%)에게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여학생을 중심으로 결혼은 필수가 아닌, 개인의 '선택'이라는 가치관이 확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사 연도별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 응답률 추이(단위 : %). 자료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남녀가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와 '외국인과 결혼할 수 있다'를 선택한 응답률은 각각 81.3%, 91.4%였다. '동성결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52.0%로 전통적인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를 나타낸다.
한편 자녀관에 대한 질문으로 '결혼하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를 선택한 응답자 비율은 19.8%에 그친 반면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데는 60.6%가 동의해 더는 청소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동일시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족관으로 '로봇 인간이나 로봇 반려동물도 가족이 될 수 있다'를 선택한 응답자 비율은 61.4%, '자녀를 입양할 수 있다'는 89.4%였다.
결혼관에 대한 응답률(단위 : %). 자료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청소년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는 82.0%(복수응답)가 '성격'을 꼽았다.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래 '성격'은 줄곧 배우자 선택의 최우선 요소였다. 다만 꾸준히 2순위를 지켜온 '경제'는 3순위로 밀렸고, 그 자리를 '외모·매력'이 차지했다. 이 밖에 청소년이 생각하는 좋은 부모의 요건은 '부모 자신의 건강관리'가 98.4%(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연구진은 "청소년들이 더 이상 전통적인 가치관을 유지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며 "가족·출산 정책이 근본적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비혼 동거나 동성결혼 등에 대해 과반이 동의한 점은 우리 사회에서 가족의 범위를 재설정할 시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며 "차별 없는 출산·양육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한 유럽처럼 모든 가족에게 평등한 지원이 제공될 수 있도록 보편적인 가족정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