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부동산 시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주의식’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당국이 직접 시장에 개입해 주택 임대와 판매에 나서는 방식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부동산 시장을 회생시킬 책임을 국가에 맡기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부동산 사유화와 역행하는 사회주의 사상의 부활이라는 게 WSJ의 진단이다.
중국 정부가 최근 민간 경제 부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 몇 년 간 알리바바 등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이런 시도들이 시 주석이 강조해온 공동부유 정책과도 연관 있다는 지적이다.
WSJ은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으나 국유기업 등을 통한 정부의 저비용 임대·판매 주택을 현재 주택 재고량의 5% 수준에서 최소 30%로 늘리는 방안이 검토된다고 전했다. 시 주석의 최측근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이런 사회주의 해법의 실무작업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재원마련이다. 이와 관련해 향후 5년간 매년 2800억 달러(약 373조 원)씩 총 1조 4000억 달러(약 1863조 원) 규모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중국 내 31개 성(省)·시·자치구 정부가 부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 재원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 중국 재정부는 작년 말 현재 지방정부의 부채 잔액은 40조 7373억 위안(약 7539조 원)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으며 WSJ은 중국에서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겨진 부채’가 7조~11조 달러(약 9100조~1경4400조 원)로 추산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울러 이 같은 정책이 중국 안팎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부동산 위기로 대규모 자산 손실은 본 중국의 도시 거주민들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 본격화하면 집값이 더 내려갈 것으로 우려한다. 이에 중국 당국 입장에서는 민심도 걱정해야 한다. 외국 기업들의 ‘탈(脫)중국’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천즈우 홍콩대 교수는 “마치 중국이 침체한 주식시장을 지탱할 목적으로 ‘국가자금팀’을 구성해 주식을 매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중국 내 주택 공급 과잉 현상을 고려할 때 정부 자금으로 부실 부동산을 구입하는 격”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