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가 이해관계인이 속해 있는 민간단체인 A협동조합에 내부 규정을 위반하고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환경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수공이 퇴직 직원이나 이해관계자가 있는 단체에 사업을 몰아주는 사례가 과거부터 반복됐으나 사태가 터진 뒤 수습하는 땜질식 대책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17일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환경부 감사실은 지난 연말 수공을 대상으로 민간단체 특혜 지원 의혹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해당 사실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특정 단체가 환경부의 산하기관 위탁사업을 유독 많이 수행했다는 의혹이 언급되면서 드러났다.
수공에 대한 이번 감사에서는 연구사업 선정 시 이해관계인을 배제해야 한다는 규정과 협력비 지원 규정을 어긴 두 가지 사안이 적발됐다. 수공은 국가물관리위원회 민간위원이 대표로 있는 A조합에 1억 원 규모의 R&D 사업 연구개발비를 지원했다. 지난 2020년 ‘개방혁신 R&D 연구개발 사업’을 공모하면서 이 단체의 ‘한강 깃대종 조사와 보호 활동을 통한 유역공동체 의식 및 제고 방안’을 선정한 것이다.
그런데 사업 선정 과정에서 심사위원 5명 중 사외 심사위원 2명이 국가물관리위원회 1기(2019년~2022년) 민간위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조합의 대표 역시 1기 국가물관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민간위원 간사를 맡고 있었다. ‘연구사업 선정 시 외부 평가위원을 위촉할 수 있지만 이해관계인을 배제해야 한다’는 수공의 내부 규정을 어긴 것으로 판단됐다.
수공은 “규정이 있으나 이해관계인의 범위나, 이해관계인을 배제할 경우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이 단체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을 심사 당시 서류상으로 확인할 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내부 규정을 어기고 A단체에 협력비를 지원한 사실도 적발됐다. 협력비는 시민인식개선·환경인식개선 활동을 진행하는 사회단체나 NGO가 재원 조달이 힘들어 수공에 요청할 경우 지원하는 일종의 기부금이다. 관련 사업 부서가 협력비를 지원하면 총괄관리 부서에 지원 내역을 통지해야 하는데, 10건 중 5건이 통지 없이 지원됐다. 지원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간 100만 원~150만 원 수준으로 10차례 이뤄졌다. 수공은 “협력비 지원을 위해 객관적인 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는 규정이 없어 담당 부서 실무자가 평가하게 돼 있었다”며 “절차의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협력비 지원 심사도 위원회에서 심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공이 이해관계자가 있는 단체를 부당하게 지원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옛 자회사인 수자원기술에 용역 일감을 몰아준 사실도 과거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수공이 해당 기간 발주한 7개 권역의 점검정비용역 22건을 모두 수자원기술이 수주했던 것이다. 전체 규모는 1738억 원에 달했다.
규정 위반 사례가 반복되는 데 대해 환경부는 “사업과 예산이 많은 기관이라 이런 일이 반복되는 듯 하다”며 “더 세부적으로 감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