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영향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연달아 최악의 실적을 낸 가운데서도 대신증권(003540)이 고공성장에 성공했다. 리스크 관리로 손실을 줄이면서도 리테일과 기업금융(IB) 부문에서 호실적을 이끌어낸 영향이다. 대신증권은 올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 지정돼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대신증권은 별도 기준 685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계열사들에게 중간배당을 받은 일회성 수익 4800억 원을 제외해도 지난해 영업이익은 2546억 원으로 2022년(889억 원)보다 2배 이상 성장했다. 대신증권의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1840억 원으로 2022년보다 27%가량 줄었다. 일부 계열사에서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한 영향이다.
증권가는 올해에도 대신증권의 수익성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NH투자증권(005940)은 올해 대신증권이 연결 기준 2360억 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일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보다 28%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증권 업계는 대신증권이 주가연계증권(ELS), 부동산 PF 등 증권사들의 실적을 짓누른 악재들을 피해가면서 호실적 달성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PF발 우발채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둔 점이 주효했다. 최근 문제가 된 브릿지론은 전체 PF 규모의 10%에 불과하고 해외 부동산 역시 일본 부동산의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다.
대신증권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도 증권업 본업인 리테일과 트레이딩 등 전 사업부문을 공격적으로 키워 성장을 이끌었다. 리테일은 초단기 신용융자 무이자, 주식매매 수수료 인하 등의 혜택을 내걸며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IB 부문에서는 우주항공 업체인 컨텍 등의 상장을 성공적으로 주관하면서 준수한 실적을 기록했다는 평가다.
대신증권이 국내 10번째 종투사 진입을 목전에 뒀다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종투사로 지정될 경우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나는 등 IB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다. 대신증권은 이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사옥 매각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4조 원까지 확충, 초대형IB 자격까지 획득하겠다는 전략이다. 초대형IB로 지정되면 자기자본의 2배 이내로 만기 1년의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돼 새로운 사업 영역에 도전할 수 있다.
아울러 최근 대신증권은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주로 분류되며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대신증권의 주가는 지난달 초 1만 3800원 수준에서 이달 14일에는 1만 6310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시장이 주목하는 점은 대신증권의 고배당 정책이다. 25년 연속 현금배당을 실시한 대신증권의 지난해 시가 배당률은 8.15%에 이른다. 최근에는 보통주 1주당 1200원을 배당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배당에 대한 불확실성을 크게 줄이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배에 불과해 정부 정책 수혜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대신증권의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목표주가는 1만 6000원에서 2만 원으로 25% 상향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신증권은 자사주 비중이 높고 과거부터 적극적인 배당정책을 펼쳐왔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