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것도 힘들었지만 간병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고 막막했습니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간병비 부담 없이 재활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어서 든든합니다”
지난 1월 경남 합천군의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처리하다 후행 차량에 치여 중상을 입은 경남경찰청 소속 이 모 경위는 공무원 치료비 인상 소식에 반가움을 드러냈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인사혁신처는 '공상공무원 간병비·진료비 현실화 방안'을 발표하고 위험직무를 수행하다 다친 공무원에 대한 간병비를 하루 6만7000원에서 15만 원으로 124%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경찰들은 범인 체포・교통단속 및 사고처리 등 각종 위험직무를 수행하면서 중증 부상을 당하면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치료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요건과 지원 단가에 제한이 있어 부상을 입은 경찰관이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는 사례도 자주 등장해왔다.
특히 거동이 불편할 경우 필요할 정도의 중증 부상으로 간병인이 필요한 경우, 공단의 지원 기준단가와 시중 간병비 간에 편차가 커 충분한 간병을 받기가 어려웠다.
일례로 지난해 9월 부산 목욕탕 화재사건 당시 부상 경찰관이 화상으로 일당 15만 원에 간병인을 고용했지만, 간병비 지원 한도는 1일 최대 6만7000원에 그쳐 1일 8만3000원의 자비 부담이 발생했었다.
실제 경찰공무원의 간병비는 지난해 11월까지 1인당 1061만 원으로 지난해(906만 원)에 비해 소폭 상승했지만 2019년(2195만 원), 2020년(1112만 원), 2021년(1272만 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해보상승인비율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까지 경찰공무원 재해 보상 신청자는 총 1235명으로 2021년(1729명), 2022년(1847명) 각 한 해에 기록한 보상 신청자의 60%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고유 업무 중 사고를 당한 경찰공무원의 비율도 2021년 3.87%(67명)에서 올해 상반기에 4.1%(51명)로 증가했다. 그러나 보상 승인 비율은 89.3%에 그쳐 5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경찰청은 별도 기금을 활용해 공상 경찰관들을 지원해왔지만, 현장경찰관들은 치료비 일부라도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 자체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인사혁신처의 치료비 인상으로 경찰관 사이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민관기 위원장은 “그간 중증의 부상을 입고도 국가에서 제대로 지원되지 못한 현실에 제복인으로서의 자긍심이 무너졌던 현장 경찰 동료들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이다”라며 “제복공무원 예우를 증진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도 “각종 사건 사고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근무하다가 다친 동료들이 치료비마저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또 한 번 마음의 상처를 입는 현실을 너무 안타깝게 생각해 왔다”라며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현장의 동료들이 더욱 자신 있고 당당하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