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회색 코뿔소 위기 해법은

어명소 LX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





뉴욕을 이륙한 항공기가 불과 2분 만에 두 개의 엔진을 잃고 추락했다. 새 떼와의 충돌 때문이다. 기장은 강에 불시착을 시도했다. 비상 매뉴얼엔 없는 조치였다. 놀랍게도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155명 전원이 구조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은 이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고장 난 항공기를 수상 착륙시킨 기장의 기지와 역발상이 없었다면 대형 인명 사고는 불을 보듯 뻔했다.



전 세계가 복합 위기에 휩싸이면서 한국 경제 곳곳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위기감이 경제계 전반에 팽배한 상황에선 이전과 다른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MS도 윈도라는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다가 구글과 애플에 밀려 추락 위기에 직면했듯이 위기 땐 관행을 깨지 않으면 해법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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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기는 하루아침에 오지 않지 않는다. 위기 징후와 이에 대한 경고에도 이를 간과해 ‘회색 코뿔소 위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회색 코뿔소’는 위기에 익숙해진 나머지 사전 대처를 소홀히 해 더 큰 위기에 빠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따라서 위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하느냐가 위기 대응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

위기 탈출을 위한 유일한 해법은 발상의 전환에 있으며, 이것의 핵심은 건강한 조직문화다. 조직문화가 탄탄하고 회사에 애정과 확신을 가진 사람들의 밀도가 높다면 위기를 극복하고자 더 똘똘 뭉치는 팀이 된다. 이렇듯 조직문화는 조직 발전을 위한 구심력과 원심력을 확보하는 핵심 열쇠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에 취임 이후 LX가 맞이하고 있는 심각한 경영위기에 대해 전례 없는 위기라는 메시지를 계속 강조해왔다. CEO의 방침에 반대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고 보고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방향과 방식은 달랐지만 조직과 동료를 걱정하는 마음은 근본적으로 같기 때문이다.

‘잘 되는 회사는 저마다 행복하지만 잘 안되는 회사는 비슷한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까레니나’의 첫 문장을 조직문화에 적용한다면 이렇게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심리적 안정감을 갖춘 조직문화가 있다면 그 조직은 부침을 겪으면서도 결국 발전하게 된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LX공사가 가게 될 길이 바로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시련이 건강한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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