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어떤 제약도 없는 음악, 장애 때문에 힘든 적 없어"

■츠지이 노부유키 13년만에 내한

'美콩쿠르 우승' 시각 장애 연주자

전 세계 거리·자연·공기서 영감

내달 3일 예술의전당서 독주회

츠지이 노부유키 피아니스트 /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츠지이 노부유키 피아니스트 /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




츠지이 노부유키 피아니스트 /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츠지이 노부유키 피아니스트 /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




“음악은 무엇이든 하나로 만들어줄 수 있는 수단이고 어떤 언어로도, 장애로도 제한되지 않습니다. 덕분에 즐겁게 해왔습니다.”

선천성 시각 장애를 안고 태어난 소년 피아니스트가 2009년 미국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이후 2011년 뉴욕 카네기홀에서 직접 작곡한 곡으로 앙코르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감사하다며 눈물을 훔치던 모습은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았다.



13년 만에 내한해 다음 달 3일 예술의 전당에서 독주회를 여는 피아니스트 츠지이 노부유키(36)는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지난 십 년을 예술가로서 깊어지는 시간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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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보이지 않지만 해외에서 연주 기회가 많아지면서 인생의 경험도 다채로워졌다. 협연할 때도 지휘자의 숨소리를 듣고 호흡을 맞출 정도로 공기의 흐름의 변화와 작은 숨소리도 감쪽같이 파악하는 그에게 새로운 곳에서 들리는 다양한 소리들이 곧 영감이다. 노부유키 피아니스트는 “연주 기회를 얻어 처음 가본 나라의 거리를 산책하고 공기를 마시면서 이를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며 “20대에는 젊은과 열정으로 연주했다면 지금은 더 깊이 있는 연주를 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연주만 아니라 작곡도 업으로 삼는 그에게 이러한 경험은 지평을 넓혀줬다. 새로운 곳을 걷거나 자연에서 바람을 맞고 새로운 공기를 느끼면서 떠오르는 영감이 이미지가 되고 곡의 심상으로 나타난다. 노부유키 피아니스트는 “이미 존재하는 음악과 악보를 토대로 작곡가의 의도를 충실히 표현하는 게 피아니스트라면 작곡가는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데 더 집중한다”며 이 두 가지의 균형을 높게 쳤다.

시종일관 즐거운 표정을 짓는 그에게 장애로 인해 힘들었던 순간과 극복 방식을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힘든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겨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점자 악보로 음계를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려 오른손과 왼손 연주를 각각 따로 녹음 테이프로 듣고 암기를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즐거운 도전이다. 자신의 회복탄력성이 어떻게 길러진 것인지 묻자 항상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어머니의 영향을 꼽았다.

관심 분야가 다양한 그가 요즘 꽂힌 건 러시아 음악가다. 그는 “러시아 작곡가의 음악을 더욱 깊게 파헤쳐보고 그 중에서도 라흐마니노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선보이는 라흐마니노프 연주도 기대 요소로 꼽았다. 그는 “쇼팽을 가장 좋아해 프로그램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고 라흐마니노프의 경우 제가 어떻게 연주할 지 보고 즐겨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리나라의 임윤찬 등 젊은 아시아인 피아니스트의 활약에 대해서는 “같은 아시아인 피아니스트들이 늘어나는 모습에 기쁘다”며 “앞으로 더 많은 젊은 연주자들이 함께 활동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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