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 그린벨트 제도를 20여 년 만에 대수술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전략사업을 선정하면 관련 부지에 대한 그린벨트는 해제총량제에서 예외로 해주기로 했다. 환경평가에서 상위 등급을 받은 땅은 그린벨트 해제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앞으로 국가·지역 전략사업을 추진할 경우 해제를 허용한다. 차세대 작물 시스템으로 각광 받는 수직농장도 지목 변경 없이 농지에 설치할 수 있게 제도를 바꾼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울산에서 13번째 민생 토론회 '다시 대한민국! 울산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열고 이 같은 토지이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비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GB) 규제 완화다. 현재 그린벨트 해제는 광역도시계획에 있는 해제가능 총량 범위 내에서만 할 수 있다. 국가주도 사업의 경우 해제총량 예외를 허용하지만 지역주도 사업은 해당하지 않았다.
이에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과 국토교통부는 비수도권 지역 주도로 추진하는 지역전략사업도 그린벨트 해제총량에서 예외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전략사업은 국무회의,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선정한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20일 사전브리핑에서 "전략사업은 빠르면 3분기, 늦어도 연내 선정될 것"이라며 "신속한 심사로 내년에는 사업 착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환경평가 1, 2등급지의 그린벨트 해제도 허용하기로 했다. 그린벨트는 농업적성도, 수질 등 6개 지표에 따라 환경적 보전가치 정도를 1~5등급으로 평가하며, 이 중 1, 2등급지는 그린벨트 해제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에 정부는 비수도권에서 국가, 지역전략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1, 2등급지도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다만 환경가치 보전을 위해 1, 2등급지 해제 면적 만큼은 신규 그린벨트를 지정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정부는 "7개 중소도시권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한 2001~2003년 이후 20여 년 만에 가장 큰 지방권 그린벨트 개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이번 규제완화로 울산권 그린벨트 내 해제 가능한 산업단지 등 지역사업이 확대돼 최대 10조원 수준의 직접투자 효과 창출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울산은 전체 행정구역의 약 25%가 그린벨트로 선정돼 있고 이 중 환경평가 1, 2등급 비율은 81%에 달한다. 또 농업진흥지역으로 돼 있어 이차전지 특화 단지나 편의시설 설치 등에 애를 먹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는 농촌소멸에 대응하는 방안도 나왔다. 각종 작물을 심은 선반을 수직으로 쌓아 식물을 키우는 수직농장은 고도의 환경 조절과 생산 공정 자동화로 생산량과 품질을 높이는 차세대 식물생산 시스템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농지에 설치를 하려면 지목을 변경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에 정부는 하반기까지 농지법령을 개정해 모든 수직농장이 일정 지역 내에서는 농지에 별도 제한 없이 설치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농업진흥지역을 도로, 택지, 산단 등으로 개발한 후 남은 '자투리 농지'도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복지시설, 체육시설, 인근 산단 편의시설 등으로 활용한다. 전국에 자투리 농지는 2만 1000ha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의 72배에 달하는 농지가 체육시설 등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이 외에 국민들이 농촌지역에 체류할 수 있는 임시거주시설인 농촌 체류형 쉼터를 도입해 도시민이 농촌에 굳이 집을 사거나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농촌 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다만 총선을 앞둔 이 같은 대규모 규제완화에 대해 표심을 의식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일부에서는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정부는 1년 열두 달 현장을 찾고 민생의 어려운 부분을 찾아서 해소해줘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이해해주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