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에 대한 시민의 참여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다수가 코로나19 이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는 나 같은 사람들의 생각이나 의견에 관심이 없다”는 항목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들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기관·대인신뢰도, 투표율 등도 함께 악화되면서 ‘신뢰 없는 사회’가 된 모습이다. 이외 기대수명·비만율, 여가시간, 저임금근로자비율 등 지표도 일제히 나빠졌다.
통계청은 22일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를 발간하고 우리 사회 삶의 질 현황을 제시했다. 통계청은 2014년부터 매년 이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2022~2023년에는 11개 영역 71개 지표 중 52개 지표가 새로 업데이트됐다. 이중 전기보다 개선된 지표는 36개, 악화된 지표는 15개, 전기와 동일한 지표는 1개로 조사됐다.
전반적으로는 악화된 것보다 개선된 지표가 더 많지만, 눈에 띄는 건 2022년을 기준으로 업데이트된 ‘시민 참여’ 영역이다. 개선된 지표보다 악화된 지표가 더 많기 때문이다. 특히 스스로 정치적 역량감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는 인구 비율을 조사한 정치적 역량감 수치는 2021년 21.2%에서 2022년 15.2%로 6%포인트나 급락했다.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나 같은 사람들은 정부가 하는 일에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 “정부는 나 같은 사람들의 생각이나 의견에 관심이 없다”는 항목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정치적 역량감은 전 연령대에서 전년 대비 감소했는데, 특히 19~29세 청년층에선 10.3%포인트나 감소했고, 40~49세 중년층에서도 9.4%포인트의 높은 감소폭을 보였다.
기관신뢰도와 대인신뢰도도 모두 전년 대비 2.6%포인트, 4.7%포인트씩 떨어져 52.8%, 54.6%를 기록했다. 이중 기관신뢰도는 정부와 국회, 법원, 경·검찰, 지자체, 교육·의료·종교계, 금융기관, 신문·방송사, 노동조합·시민단체 등 16개 기관에 대한 신뢰도로 측정되는데, 이중 신뢰도가 가장 낮은 건 24.1%에 그친 국회였다. 10명 중 8명은 국회에 대한 신뢰가 없다고 답한 셈이다.
이외 2022~2023년에는 기대수명과 비만율, 저임금근로자비율, 산재사망·아동안전사고사망률, 여가시간, 독거노인비율, 주택임대료비율·상대적빈곤율 등 지표도 전기 대비 악화했다.
비만율은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에 38.3%로 2021년에 37.1%로 하락, 2022년에 다시 37.2%로 소폭 상승했다. 이중 2022년 남성 비만율은 전년 대비 1.4%포인트나 늘어 최고치였던 2020년(48.0%)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중위 임금의 3분의 2도 못 받는 저임금근로자 비율은 2021년 15.6%에서 2022년 16.9%로 늘었고, 요일 평균 여가시간은 2021년 4.4시간에서 2022년 4.2시간으로 0.2시간 줄었다. 2021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전 연령대에서 여가시간이 감소했는데, 특히 70대 이상의 여가시간은 2021년 5.7시간에서 2022년 5.3시간으로 감소해 다른 연령에 비해 감소폭이 컸다. 여가시간이 제일 낮은 건 40대(3.9시간)이었다.
한편 자살률, 부패인식지수, 시민의식, 여가시간 충분도 및 만족도, 1인당 여행일수, 고용률·실업률, 소득만족도 및 소비생활만족도, 주거환경만족도, 삶의 만족도 등 수치는 개선됐다. 특히 삶 전반에 대한 주관적인 만족도를 보여주는 ‘삶의 만족도’ 지표는 2022년 6.5점으로 전년 대비 0.2점 증가하며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다만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7점)보다는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