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산후조리원 469곳 중 ‘공공’은 18곳뿐…그마저도 “5초내 접수 마감”

[저출생, 이것부터 바꾸자-산후조리원] <하> '그림의 떡' 공공조리원

2주 기준 평균 이용요금 174만원

저비용에 양질 서비스 제공하지만

전체의 4% 불과…입실경쟁 치열

고물가에 지방정부 재정부담 가중

안정적 운영 위해 정부지원 시급







“공공 산후조리원 예약 팁 알려드릴게요. 콘서트 티케팅 생각하시고 실시간 시간 켜둔 다음에 59분 59초부터 새로 고침 버튼을 ‘광클’하셔야 합니다.” “선착순 방문제였을 때는 텐트까지 치고 오픈런했는데 이제 추첨제로 바뀌었다니 그나마 다행이에요.”

공공 산후조리원이 전국 산후조리원 470여 곳 중 20곳에 불과해 사설 산후조리원의 대안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실을 하려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해 대부분의 산모들에게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출산 과정에서 사설 산후조리원 비용이 가장 큰 재정적 부담 중 하나인 만큼 안정적인 공공 산후조리원 공급 및 운영을 위해 중앙 부처가 각 지자체를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22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와 보건복지부의 전국 공공 산후조리원 현황을 종합하면 공공 산후조리원은 전체 469개(2023년 6월 기준) 가운데 18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개원해 미처 집계되지 못한 2곳(서대문구·송파구)을 더해도 20개로 여전히 전체의 3~4% 수준이다.

이들 20곳의 최대 입실 가능 인원과 신청 방식 등을 전수조사한 결과 대부분 높은 인기를 끌며 매년 가동률이 증가하는 추세였다.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개업 이래 꾸준히 신청자가 늘고 있고 선착순 예약의 경우 빠르면 초, 길어야 분 단위로 마감된다”고 전했다.



서울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 산후조리원(전체 27실) 관계자는 “온라인 선착순 신청이 평균 5초 내로 마감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충남홍성공공산후조리원(전체 8실) 역시 “선착순 방문 예약을 받는데 많으면 스무 명도 넘는 산모들이 찾아와 예약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경기포천공공산후조리원(전체 20실) 관계자는 “추첨제였을 때는 경쟁률이 4대1 정도였다”면서 “올해부터 온라인 선착순 신청을 받는데 1분 내로 마감되고 이후 1시간도 안 걸려서 대기자가 80명 이상 등록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SNS상에도 “‘피케팅(피가 튈 만큼 치열한 티케팅)’ 수준으로 준비를 해서 겨우 예약에 성공했다” “몇 달 연속 추첨에서 떨어져 겨우 입실했다”등의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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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공공 산후조리원에 대한 산모들의 수요가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사설 산후조리원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사설 산후조리원 평균 이용 요금(2주 기준)은 일반실이 약 325만 원, 특실이 약 454만 원이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곳은 서울 강남구 소재 ‘D’ 산후조리원으로 특실이 3800만 원, 일반실이 1200만 원이었다.

반면 공공 산후조리원 요금은 평균 174만 9500원이다. 가장 비싼 서대문구의 경우에도 250만 원(타 지역 거주자 기준)으로 사설 평균가보다 75만 원 싸다. ‘D’ 조리원 특실에 1명이 묵는 비용으로는 서대문구 공공산후조리원에서 15명의 산모가, 서귀포공공산후조리원에서는 24명의 산모가 입실할 수 있다. 게다가 각 지자체가 운영해 품질이 보장되고 지역별로 거주민에게 20~100% 감면 혜택까지 제공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강력한 경제적 이점을 갖지만 실제로 이를 누릴 수 있는 산모는 일부 지역에 거주하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중앙 부처가 지역별 공공 산후조리원 건립을 의무화하고 운영 과정에서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공공 산후조리원과 관련한 예산을 오롯이 지방정부가 감당하는 상황인데 물가가 올라 재정적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송파구의 경우 인건비 증가 등을 반영해 공공 산후조리원 예산을 2022년 24억 7939만 원, 2023년 26억 4073만 원, 2024년 29억 1174만 원으로 매년 올려잡았다. 김천시 공공산후조리원에 배정된 예산 역시 지난해 13억 4000만 원에서 올해 14억 원으로 상승했다. 이 중 도청 지원금 3억 원을 제외하면 모든 운영비를 김천시가 감당한다.

김천시 관계자는 “시내에 사설 산후조리원이 단 한 곳도 없어 수익성이 없더라도 복지 차원에서 꼭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매년 인건비, 급식 재료비, 전기세 등이 오르고 있지만 도청에서도 다른 분야 예산이 있다 보니 지원금을 동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충남홍성공공산후조리원의 경우에는 도청 산하의 홍성의료원이 자체적으로 운영했지만 수익성 악화 등의 문제로 문을 닫았다가 2022년 도청과 홍성군 보건소가 운영비를 분담하기로 한 뒤에야 재개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행 모자보건법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관할 구역 내에 공공 산후조리원을 ‘설치 및 운영할 수 있다’고만 명시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국회에서는 모든 기초 지방자치단체에 공공 산후조리원을 의무적으로 설치·운영하고 국가 차원에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부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와 관련해 김문정 부경대 간호학 교수는 “공공 산후조리원의 한계점은 시설비 및 운영비 부담, 적자 운영 문제, 민간 산후조리원과의 경쟁 등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비롯한다고 지적한 뒤 “하지만 출생아 수 감소로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 수도 해마다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공 산후조리원을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 산후조리원의 설립 및 운영 국비 지원을 강화해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을 완화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장형임 기자·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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