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최대 주주인 영풍의 배당 확대 요구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동안 고려아연 지분 경쟁을 벌여온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 간 신경전이 3월 주총을 앞두고 격화하는 모습이다.
고려아연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3년 기말배당 5000원에 더해 중간배당 1만 원과 1000억 원의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은 76.3%로 지난해(50.9%)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면서 “(배당 안건이) 주주권익을 침해한다는 영풍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환원액만 보더라도 2022년 3979억원에서 2023년 4027억원으로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19일 고려아연은 공시를 통해 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을 결정했다. 중간배당 1만원을 합하면 1만5000원인데 전년(2만원)과 비교하면 5000원 줄어든 셈이다. 이에 대해 영풍은 21일 입장문을 통해 “주당 기말 배당금을 중간 배당금보다 줄인다면 주주들의 실망이 크고 주주들이 회사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게 돼 주가가 더욱 하락할 위험이 있다”면서 “작년(2022년)과 같은 수준의 이익배당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통주 1주당 1만원을 배당하는 내용의 수정동의 안건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사주 소각까지 고려하면 주주환원 정책이 개선됐다는 게 고려아연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배당 확대 요구가 영풍 경영진을 위한 행보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의 주장대로 배당금을 높이면 주주환원율이 96%에 육박하는데 기업이 모든 이익금을 투자나 기업환경 개선에 할애하지 않고 주주 환원에 쓰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떨어뜨린다”면서 “영풍의 총 주주환원율은 5년 평균 약 10% 수준이며 2022년 주주환원율은 4.68%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자사의 경영 실적 악화를 메우기 위해 과도한 배당 요구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최근 5년간 영풍의 경영 실적추이를 보면 영업이익은 매년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면서 “2018년 300억 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2021년에는 728억 원, 2022년에는 1078억 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영풍이 고려아연으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은 최근 5년간 누적 3576억 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영풍은 고려아연 입장에 대해 재반박했다. 영풍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1주당 배당금을 전기에 비해 줄이려고 하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며 “고려아연은 별도 기준으로 이익잉여금 7조3000억 원, 현금성자산 등 1조5000억 원을 보유하고 있어 배당 여력이 충분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의 배당률이 높아진 것은 최근 2년간 이익규모와 이익률이 떨어진 탓이며 같은 기간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배당금을 지급해야 할 주식 수가 약 15%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최 회장 측과 장 고문 측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0%대 초반으로 비슷하다. 이 때문에 ‘한 지붕 두 집안’인 고려아연의 최 씨 측과 장 씨 측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표 대결을 벌이게 됐다.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영풍그룹을 설립한 이후 지난 75년간 고려아연은 최 씨 일가가, 전자 계열은 장 씨 일가가 맡아서 경영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