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립대 교수들 “전공의 책임 묻지말라…현실적 의대증원 논의 필요”

25일 입장문 발표 “책임있는 의사단체와 공개 대화 시작” 촉구

의료대란 사흘째인 22일 서울시 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한 소아 응급 환자가 119 구급대에 의해 이송되고 있다. 오승현 기자의료대란 사흘째인 22일 서울시 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한 소아 응급 환자가 119 구급대에 의해 이송되고 있다. 오승현 기자




국립대교수들이 25일 정부를 향해 "의료단체와 즉시 공식 대화를 시작하고 현실적인 의과대학 증원 정책을 세워달라"고 촉구했다.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거국련)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거국련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인 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부산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와 국립대학법인인 서울대 등 10개 대학 교수회장으로 구성된 단체다. 이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교육계, 이공계를 포함한 학문 생태계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농촌과 중소도시의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의대 정원만 크게 늘린다고 의사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완화되고 지역 및 필수의료 위기가 개선될 것인지 불확실하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의료계가 각자 자신들의 정당성만을 강조하며 의료대란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지적이다.

거국련은 "정부가 2000명 증원은 물러설 수 없는 조건이라며 협상조차 거부하고 있다"며 "증원에 앞서 시설보완이나 재원확충, 교수확보가 전제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정된 교육여건을 알면서도 근시안적인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과도한 증원을 요청한 일부 의과대학들과 그 대학이 속한 총장들을 향해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에 잘못되고 과장된 정보를 제공해놓고 이제와 증원 반대로 급히 태도를 바꾼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거국련은 "의사 증원 관련 협의 내용은 지금부터라도 모든 국민에게 알려져야 한다"며 "증원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정책의 실효성을 극대화 하기위해 교육계와 산업계도 협의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책임을 묻지말고 이번의 위기를 미래지향적인 의료체계와 의학교육, 그리고 건전한 입시와 학문생태계를 만드는 동력으로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공의들을 향해서는 "교육자로서 전공의들의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해한다"며 "학생들을 보호하고 국민 모두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



의사의 수를 급격히 늘려 모든 국민이 동등한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하겠다는 현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면서 사회적인 갈등이 격화되고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의료공백 사태가 초래되었다. 정부는 의과대학의 정원증원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교육계, 학문생태계(이공계) 및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농촌과 중소도시의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만 크게 늘린다고 의사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완화될지? 적정 수의 의사들이 지역에 개업하면서 의료 환경이 개선되고 필수진료 과목의 의사수급 부족이 해결될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의료계는 자신들의 정당성만을 강조하며 의료대란을 심화시키고 있다. 정부는 2000명 증원은 물러설 수 없는 조건이라며 이에 대한 협상조차 거부하는데, 증원에 앞서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시설보완이나 재원확충, 그리고 교수확보는 아직 요원하다. 한정된 교육여건 임을 알고도 근시안적인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과도한 증원요청을 한 일부 의과대학들과 그 대학이 속한 총장들은 증원에 반대한다고 급히 태도를 바꾸었고 전공의들 태반이 의료현장을 떠나면 서 의대생 또한 대학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원망과 국민들의 우려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으나 누구하나 이러한 사태와 말 바꿈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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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주요 국립대학 교수들의 연합체인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의 회장단은 현재의 상황을 개탄하며 의과대학의 정원 문제가 백년대계인 교육과 깊은 연관이 있는 만큼 여러 가지 문제가 초래된 것에 대해 국민 한분 한분께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아울러 회장단은 지금의 의료공백 문제 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 정부는 책임 있는 의료단체와 공식적인 대화를 즉시 시작하고, 2,000명 증원의 원칙을 완화해 현실을 고려한 증원정책을 세워주길 바란다.

△ 일부 대학의 책임자와 전문가들은 정부에 잘못되고 과장된 정보를 제공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

△의사증원과 관련한 협의내용은 지금부터라도 모든 국민에게 알려져야 하며, 증원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정책의 실효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교육계 및 산업계도 협의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정부는 과거의 잘못된 조사와 과장된 요구, 그리고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책임을 묻지 말고, 이번의 위기를 미래지향적인 의료체계와 의학교육, 그리고 건전한 입시와 학문생태계를 만드는 동력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가져주기 바란다.

우리 교수들은 교육자로서 전공의들의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해하면서, 학생들을

보호하고 국민 모두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 회장단 일동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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