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침공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4일(현지 시간)로 만 2년을 맞이했다. 2년 넘게 전쟁이 이어지면서 전쟁의 방법론은 물론 국제 정치·경제·군사 전반의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방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향한 단일 대오를 재차 결의했지만 미국의 추가 지원이 난항에 부딪히면서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어둡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군사 분야의 성장이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상위 15개 방산 업체의 총수주 잔액은 약 8473억 달러로 전년 대비 9.07% 증가했다. 지난해 전 세계 국방비가 사상 최대인 2조 2000억 달러에 달하고 이 중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이 냉전 이후 최고인 3880억 달러에 이른 데 따른 것이다. 독일의 전차포 제조사인 라인메탈은 전쟁으로 수요가 늘면서 주가가 1년 사이 네 배나 뛰었고 우량 기업이 들어가는 닥스지수에도 포함됐다. 프랑스의 탈레스, 스웨덴의 사브 등도 전쟁 수혜주로 꼽힌다.
소형 무인기(드론)의 활용 가치도 눈에 띈다.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을 적극 활용하면서 크림반도에 주둔한 러시아 흑해 함대의 20%를 침몰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탱크와 비행기 대신 민첩한 드론이 전쟁 무기로 선택됐다”며 “업계는 2030년까지 글로벌 드론 시장이 2600억 달러에 이르러 전쟁 발발 전보다 열 배 커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한편 주요 7개국(G7) 정상은 이날 화상회의 후 내놓은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G7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긴급한 자금 필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캐나다·이탈리아·영국·덴마크 등 유럽 주요국들은 항전을 위한 추가 자금 지원도 약속했다.
하지만 미국의 600억 달러 규모 군사 지원이 자국 내 반발로 무산되고 우크라이나가 이에 따른 탄약 부족으로 주요 전선에서 패하는 등 전망은 밝지 않은 실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동맹국의 무기 반입은 더디고 우크라이나 내 무기 생산은 관료주의의 덫에 빠졌다”며 “미국의 추가 군사·경제 지원이 없다면 심각한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정치적으로 양극화가 심화하는 동시에 국제사회 제재에 대한 무용론이 커지면서 진영 간 결속력이 떨어진 점도 어려움을 더한다. 금융 제재와 자산동결 등 대러 제재는 튀르키예 등 일부 국가가 참여하지 않으면서 동력을 잃고 있다. 반면 중립 노선을 걷던 핀란드·스웨덴은 전쟁 불안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나토에 대한 신뢰 역시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