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삼성 괴롭히기’ 이제 그만두라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중앙지법은 5일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0년 9월 기소 후 3년 5개월 만이다. 이번 재판의 핵심쟁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1대 0.35’로 정해진 것이 이 회장이 대주주였던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해 이 회장 승계를 돕기 위한 것이었는지의 여부다.

이번 사건은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되자 2016년 12월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의혹을 제기한 데서 시작됐다. 참여연대 등은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정당화하고자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높이는 분식 회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으로 이 회장을 수사 중이던 박영수 특검팀은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이 회장의 지배권 강화를 목적으로 미래전략실 주도로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합병이 이뤄졌다”며 마치 승계작업을 위해 제일모직에 유리하고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합병이 이뤄진 것처럼 말했다.



상장사의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명기된 시점의 주가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으로 부당합병의 소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간 것은 미래의 기업가치가 현재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새로운 한국경제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바이오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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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법원은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도 2020년 6월 26일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했다. 그런데도 3년 5개월 동안 106회 재판이 이어져 이 회장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없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후 반도체가 경제안보의 핵심산업으로 떠오르면서 개최된 백악관 반도체 정상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반도체는 급속한 기술변화 산업이어서 첨단 기술업체들을 인수합병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이 중요한데 2016년 하만 인수합병 이후 이렇다할 인수합병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대만 TSMC의 급부상, 미국의 ‘반도체 동맹’ 구축, 일본 반도체의 권토중래, 중국의 반도체 굴기, 유럽의 반도체 자립 선언 등 반도체 산업이 최근 격랑에 휩쓸리고 있는데도 삼성은 사법족쇄로 발빠르게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급기야 지난 30년간 세계 챔피언 자리를 지켜온 초격차 메모리 반도체와 11년간 권좌에 있던 스마트폰도 라이벌 기업들과의 전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에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의 승부처’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왕좌를 내줬고 스마트폰에선 ‘출하량 세계 1위’ 자리까지 애플에 양보했다.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로 고전하는 동안 삼성전자가 입은 타격이다.

정부는 반도체를 핵심 경제안보 산업으로 판단하고 2047년까지 계획된 622조 원의 민간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1월 15일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내놨다. 민간 투자분 가운데 삼성전자가 500조원을 책임진다. 대한민국 경제안보의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다. 이제 더 이상 삼성을 사법리스크로 발목잡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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