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 형국을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실은 “의대 정원 2000명 조정은 없다”고 못박으며 “국민을 볼모로 하는 것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사 단체는 “어떠한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 76%가 의대 정원 확대를 찬성하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2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의료계와 조율해 의대 증원 규모를 낮출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추계한 2000명 자체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필요한 인원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성 실장은 “2000명은 여러 추계에 의해 이뤄진 내용들”이라면서 “원래 필요했던 의사 충원 규모는 3000명 내외”라고 답해 사실상 2000명 증원 규모를 조정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17개 정도의 의대가 50명 정도 미만의 소규모 의과 대학인데 이 경우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라도 인원이 충원될 필요가 있다”며 “교육부가 40개 의대에 증원 가능 규모를 다음 달 4일까지 답변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고 최종적으로 다시 한번 교육 가능 인원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어진 김수경 대변인은 더 강경했다. 김 대변인은 격양된 목소리로 전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 주장에 대해 조목 조목 반박했다. 그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성명을 통해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전에 필수의료 종사 의사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들어본 적이 없다, 또 최근 소아청소년과에 대해 해결책을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필수의료, 지방의료 붕괴의 원인인 저수가, 의료전달체계 미비, 의료사고 법적 보호 시스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갑자기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특히 의료진의 현장 복귀를 당부했다. 김 대변인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의대 증원을 두고 의사들이 환자 목숨을 볼모로 집단 사직서를 내거나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내는 등 극단적 행동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공의 등의 집단 사직과 병원 이탈로 현장에서 의료 대란이 벌어지면서 여론은 정부 쪽으로 유리하게 흘러가는 모습이다. 실제로 종합병원의 수술이 절반가량 줄어들었고 응급 환자가 진료를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이달 22~23일 전국 성인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한 것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힌 응답자는 무려 76%에 달했다. 반면 ‘반대’ 답변은 19%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도 66%가 찬성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의사단체는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전국 의사 대표자 회의를 열고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어떠한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택우 비대위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재검토하는 것이 14만 의사들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장 직무대행은 “현재 의료 시스템과 교육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한, 의사 수 증원은 절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회의 종료 후 의협은 용산 대통령실까지 가두행진을 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검경과의 협력 아래 신속한 사법처리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정부는 이날 13개 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국무총리) 회의를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 제1차장 주재로 개최해 이런 내용을 논의했다. 법무부는 의사들의 집단 행동과 관련한 법률 자문을 위해 보건복지부에 검사 1명을 파견키로 했다. 전국 일선 검찰청도 검경 협의회를 개최해 경찰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신속한 사법처리에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