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회에서 또 다시 미투 운동이 재점화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의 여배우 쥐디트 고드레슈(51)가 영화제 시상식에서 프랑스 영화계가 '여성의 불법 인신매매'를 은폐하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고드레슈는 과거 영화 감독에게 성관계 장면 촬영을 강요 받는 등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전날 열린 프랑스 최대 영화제인 ‘세자르상’ 시상식에서 고드레슈는 프랑스 영화계가 "진실을 마주해야" 할 때라며 영화계에 만연한 성폭력 범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 방송에 생중계된 이날 무대에서 고드레슈는 "왜 우리가 이토록 사랑하고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 이 예술이 젊은 여성에 대한 불법 인신매매를 덮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되물으며 "우리는 더 이상 강간죄로 고발당한 남성들이 영화계를 지배하지 않게 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내가 말하는 것이 나의 과거라고만 생각하지 말라"며 "내 과거는 내게 자신들이 겪은 피해 증언을 보내온 2000여명의 현재이자, 아직 자기 스스로 증인이 될 힘이 없는 모든 이들의 미래"라고 덧붙였다.
고드레슈는 1998년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함께 출연한 영화 '아이언 마스크' 등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이후 3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한 베테랑 여배우다.
그는 지난해 12월 자전적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통해 미성년자였던 시절 영화 촬영장에서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 30여년 전 당시 43세였던 영화감독 자크 두아용이 15세였던 자신에게 그와 함께 성관계 장면을 마흔 다섯 테이크에 걸쳐 촬영할 것을 고집했다며 "그 더러운 두 손을 내 15살짜리 가슴에 갖다 댔다"고 주장했다.
두아용 감독은 이 같은 주장을 부인하며 고드레슈를 거짓 주장을 한 혐의로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드레슈는 14살이던 1986년부터 6년간 당시 40대였던 감독 브누아 자코와 교제했으며 그 기간 자코 감독이 자신에게 폭행과 성적 학대를 일삼았다고도 주장했다.
고드레슈는 자코 감독을 미성년자 강간 및 폭행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미투'(Me Too·성폭행 피해 고발 운동)를 이어가고 있는 고드레슈가 이날 시상식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서는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으며, 그의 발언 이후에도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이날 시상식에는 라시다 다티 프랑스 문화부 장관도 참석해 고드레슈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다티 장관은 이날 시상식이 열리기 전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고드레슈의 '미투'를 지지한다며 프랑스 영화 산업이 "수십 년째 성폭력에 집단적으로 눈을 감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티 장관은 "우리가 말하는 것은 예술에 관한 것이 아니라 소아 범죄에 관한 것"이라며 "이번 일이 프랑스 영화계가 심오한 자아 성찰을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프랑스 영화계에서는 2017년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시작됐던 여성 인사들의 '미투' 움직임이 재점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과거 20대 배우를 성폭행한 혐의로 2020년 검찰 조사를 받았던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74)가 2018년 북한 방문 당시 10세 여아를 대상으로 성적 발언을 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난을 샀다. 그러나 이후 에마뉘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드파르디외를 공개적으로 옹호하면서 프랑스 사회에서 커다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편 2020년 세자르상 시상식에서는 다수의 성범죄 전력이 있는 원로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감독상을 수상해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