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예비선거)이 한창인 가운데 가상자산 투자자가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27일(이하 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벤 와이스 코인플립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대선에서 가상자산이 판도를 뒤집을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당의 가상자산 정책 기조가 달라 표심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고, 앞서 두 차례의 대선 당시 특정 주에서 후보 간 표 차이가 15만 4000표·1만 1000표에 불과했으며, 가상자산 투자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가 투표에 참여한다는 점을 그 근거로 꼽았다.
공화당 ‘親’ vs 민주당 ‘反’
양당은 가상자산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 공화당은 대체로 가상자산에 우호적이다. 코인베이스 비영리 단체 스탠드위드크립토는 지난 19일 미국 상원의원 가운데 최소 18명이 가상자산을 지지한다고 보고했다. 이 중 14명이 공화당 소속이었다. 신니아 룸니스와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의 경우 미국 내 친가상자산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월에는 경선 레이스에서 하차한 비벡 라마스와미와 론 디샌티스가 사퇴 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주요 선거 현안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예비선거에서 연일 압승을 거두며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목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난 23일 “가상자산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가상자산과 공생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과거 대통령 시절 “가상자산은 사기”라면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달 18일에는 “정부의 폭정으로부터 미국 시민을 보호하겠다”며 “CBDC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최근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자신의 머그샷(체포된 범죄 혐의자를 찍은 사진)을 소재로 대체불가토큰(NFT)를 출시해 400만 달러(약 53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민주당은 가상자산 규제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스탠드위드크립토는 가상자산에 반대하는 상원의원 30명 가운데 23명이 민주당 의원인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대표적인 반대론자로 지목되는 엘리자베스 워렌 민주당 상원의원은 현재까지 3개의 가상자산 반대 법안을 지지·발의, 76건의 반(反)가상자산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현 대통령 역시 5건의 반대 성명을 내놓았다. 지난달 비트코인(BTC)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한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도 “여전히 가상자산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적은 표차·젊은 층...변수 될까
와이스 CEO는 “가상자산 투자자의 결정이 선거의 승패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실제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약 15만 4000표 차이로 미시간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승리했다. 당시에는 무슬림 성향 유권자 비율이 높은 미시간주의 특성상 아랍계 유권자의 지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전 대선인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같은 주에서 1만 1000표 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하기도 했다. 최다 득표자가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미국 대선 특성상, 적은 표 차가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후보 간 정책 기조와 가상자산 투자자 표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다.
투자에 관심을 가진 젊은층이 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2년·4년마다 젊은 유권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 가상자산에 대한 그들의 투자 성향에 따라 몇 %P씩 움직일 수 있다”며 “작은 차이가 총선·대선에서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미국 유권자들은 자국 대통령 선출에 더해 양원·주지사 선거도 함께 치를 예정이다.
와이스 CEO는 “반대한다고 얻을 건 아무것도 없지만, 찬성한다면 보다 넓은 범위의 유권자층으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