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마련한 증시 안정화 정책의 영향으로 올해 신규 기업공개(IPO) 규모가 줄어드는 양상이다. 가뜩이나 약세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IPO 규제를 강화하면서 상장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사례까지 늘어난 탓이다. 당국은 주식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국유기업 상장 자회사 주가와 주주 환원 등을 경영자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에 따르면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상장기업의 품질 향상을 위해 IPO에 대한 조사를 강화함에 따라 이번 주(2월 26일~3월 1일) 상장하는 기업이 전무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약은 물론 IPO도 없는 상황은 증감위가 지난해 8월 “IPO 속도 관리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힌 후 처음이다.
앞서 전문가들은 IPO를 원하는 기업에 엄격한 규제를 시행하는 것이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달 초 중국 증시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자의 우려가 불거지자 증감위 등 중국 정부는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천명하는 등 시장 안정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당국이 규제 고삐를 죄면서 올해 중국 A주(상하이증권거래소·선전증권거래소 등 포함) IPO 승인율과 자금 조달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금융 정보 제공 업체 윈드에 따르면 올해 A주의 IPO 승인율은 25일 기준 88%로 2023년 전체 승인율인 90.58%보다 낮았다. 현재 18개 기업이 IPO를 완료해 총 157억 위안(21억 80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43개 기업이 394억 위안을 조달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올해 상장 계획을 철회한 기업도 47개로, 전년 동기의 29개사에 비해 62.06%나 늘었다. 증감위는 우칭 주석이 취임하면서 IPO 과정에 대한 감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사기를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부정한 상장을 시행한 기업에는 벌금 부과도 예고한 상태다.
당국은 여기에 더해 국유기업을 대상으로 한 주가 관리도 실시할 방침이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위원회가 주식을 보유한 97개 국유기업 관련 상장사 380여 곳의 경영자 평가 기준에 주가를 비롯한 시장가치 항목을 추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97개 국유기업의 지난해 기준 총자산은 86조 6000억 위안(약 1경 6000조 원)으로 중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126조 위안의 70%에 육박한다. 중국은 국유기업은 비상장으로 두는 대신 해당 기업의 핵심 사업 부문(자회사)을 상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개혁안이 시행되면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의 상장 자회사 ‘페트로차이나’를 비롯해 총 383개사(지난해 9월 기준)가 영향을 받게 된다.
지금도 위원회는 국유기업 대표와 간부에 대한 정기적인 경영 성적을 평가해 실적에 따라 A~D등급을 매긴다. 위원회는 기존 평가 항목에 주가·시가총액 등 시장가치 항목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시장가치를 평가에 반영함으로써 국유기업 경영자로 하여금 상장 자회사의 (주가) 퍼포먼스를 중시하고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등으로 투자자에 환원하는 것을 촉구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중국판 증시 밸류업’ 구상은 중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국유기업 상장 자회사의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서다. 페트로차이나는 중국 증시 버블이 한창이던 2007년 11월 상장하며 주당 48.62위안을 기록했으나 최근 주가는 5분의 1 이하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보산강철·중국동방항공 등의 약세도 증시 침체를 부채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