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매도 규모를 키우던 국민연금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예고된 시점부터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주가 변동이 큰 2차전지 업종을 집중적으로 사들였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금융 업종과 지주사 등 밸류업의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도 매수 리스트에 담았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연기금은 올 들어 3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다 밸류업 정책이 발표된 지난달 24일을 기점으로 매수 규모를 키웠다. 지난달 2일부터 23일까지 연기금은 8162억 원을 순매도했는데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는 2047억 원을 순매수하며 태세 전환했다.
밸류업 정책이 예고된 뒤 연기금은 2차전지주를 주로 매수했다.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LG화학(051910)으로 3853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기간 2차전지주는 연초 대비 가파르게 하락한 뒤 반등했다. 실제 LG화학 주가는 지난달 23일 종가 기준 39만 1000원에 머물렀지만 이날 46만 6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한 달여 만에 19.1% 상승했다.
2위는 2차전지 양·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003670)(1802억 원)이었고 포스코DX(022100)(954억 원)와 에코프로머티(450080)(904억 원)도 각각 7·8위에 이름을 올렸다. 포스코DX는 최근 2차전지 소재 사업 조직을 신설했고 에코프로머티는 전구체를 생산한다. 사실상 순매수 상위 종목 10개 중 4개가 2차전지 관련주인 셈이다.
연기금은 저PBR 종목으로 분류되는 자동차·금융·지주사도 매수했다. 현대차(005380)를 1786억 원어치 담으며 순매수 3위에 올려놓았고 신한지주(055550)(1302억 원)와 하나금융지주(086790)(1061억 원)는 각각 4·5위를 차지했다. 순매수 6위는 지난해 4분기 예상을 넘어선 실적을 거둔 한국전력(015760)(1006억 원)이었고 9위와 10위는 삼성의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028260)(798억 원)과 SK(034730)(747억 원)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연기금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6733억 원어치를 팔았다. 이어 네이버(NAVER(035420)·2664억 원), SK하이닉스(000660)(2260억 원), 한화솔루션(009830)(1070억 원), 삼성전기(009150)(870억 원) 순으로 매도 규모가 컸다.
향후 연기금은 밸류업 수혜 종목을 중심으로 저점 매수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PBR부터 주가수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성향 등 정부가 요구한 투자 지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특히 연기금 위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