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거취를 고민하겠다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비명계 의원들의 당 이탈 움직임에 “탈당은 자유”라고 응수했다. 이 대표는 ‘비명횡사’라는 비판도 “당 혁신을 위한 과정”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이 대표가 공천 내분으로 지지율이 추락하는 상황에서도 비명계를 확실히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임에 따라 이날 설훈 의원에 이은 집단 탈당이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 전 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중·성동갑 지역에 자신을 ‘컷오프(공천 배제)’ 한 지도부를 향해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재명 대표와 최고위원회에 묻고 싶다. 정말 이렇게 가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습니까. 통합을 위한 마지막 다리마저 외면하고 홀로 이 대표만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냐”고 따졌다. 임 전 실장은 탈당 여부 등에 대해서는 “최종 거취는 최고위원회의 답을 들은 후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의 재고 요청을 이 대표는 사실상 거절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이 임 전 실장을 어떻게 설득하겠느냐고 묻자 “후보 중에 한 명의 후보만 선택될 수밖에 없다”고 밝혀 중·성동갑에 전략공천한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을 교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비명 의원들의 ‘불공정 공천’ 주장에 대해서도 “변화에는 반드시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청래 최고위원 등 친명 의원들은 비명계 동료 의원들을 비판하며 이 대표를 거들었다. 정 의원은 이날 “친노·친문은 되고 친명은 안 되느냐”며 “4년 전 총선에서 친문 아닌 후보 있었나. 다 문재인 이름 걸고 당선되지 않았나. 그런데 이재명은 왜 안되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재명은 시대정신”이라며 “시대정신인 노무현 반대하고 문재인 공격하다 나가떨어진 정치인들이 많다"고 비명계 의원들을 겨냥했다.
‘비명 옥죄기’가 이어지자 설 의원이 이날 탈당했다. 공천 과정에서 탈당한 의원은 김영주·이수진·박영순 의원에 더해 설 의원이 네번째다. 설 의원은 “40년 활동한 당을 떠난다”며 “민주당은 민주적 공당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지배를 받는 전체주의적 사당으로 변모됐다. 이 대표는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 결정을 자신과 측근과만 결정한다”고 비판했다.
부평을 지역구에서 이날 컷오프된 친문계 좌장인 홍영표 의원도 탈당을 예고했다. 그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탈당 등) 선택지가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홍 의원은 “민주당의 상황을 보면 밀어내는 것이다. 나가라는 분위기 아니냐”며 “(당 지도부가) 나가는 것을 오히려 뒤에서 즐기고 있을 것”이라며 탈당 의원 수를 5~10명으로 전망했다. 당장 29일에는 재선인 이상헌 의원이 탈당한다. 민주당이 최근 이 의원 지역구인 울산 북구를 진보당에 양보하기로 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친문 핵심인 임 전 실장과 홍 의원의 탈당이 친문계 집단 탈당으로 번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 대표는 단호했다. 이 대표는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라며 “분명한 것은 경기하다가 질 것 같으니까 경기 안 하겠다 하는 것은 국민들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