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日 종합상사 부활





2020년 8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미쓰비시 등 일본 5대 종합상사 주식을 각각 5% 이상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일본의 주가지수는 자산 거품이 터지기 직전인 1989년 말에 비해 40%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버핏의 투자에 대해 뜬금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전통 기업들이 100년 넘는 역사를 통해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점을 버핏이 높이 평가한 것이다.



미쓰비시·미쓰이 등 일본 종합상사는 1800년대 개항 당시 서구 상인들의 무역 독점에 대항하기 위해 등장했다. 이후 이토추·스미토모·마루베니가 가세해 5대 종합상사 체제를 굳혔다. 초기에는 제조업체 수출을 대행하는 무역 중개업을 주요 사업 영역으로 삼아 ‘연필부터 로켓까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했다. 상사맨들은 지구촌 곳곳을 누비고 다니면서 각종 물품 수출입을 도맡아 일본 경제의 고도 성장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 여파로 일감이 줄어들면서 입지가 좁아지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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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상사들은 2000년대 들어 촘촘한 글로벌 정보망을 바탕으로 해외 자원 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스미토모는 2022년 세계 3대 니켈 광산인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의 지분 54.18%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미쓰이는 수소 등 친환경 발전과 리튬·니켈 등 주요 광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 상사들은 미국과 호주의 곡물 회사를 인수하는 등 식량 사업에도 뛰어들고 있다. 정보기술(IT) 솔루션 구축, 첨단 기술 특허 사업화 등 미래 신산업 진출도 성과를 내고 있다.

버핏이 종합상사 투자로 약 3년 6개월 만에 최소 185%에서 최대 402%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전했다. 종합상사들은 사업 전환과 다각화를 통한 부활에 성공해 외국인 투자를 견인함으로써 증시 활황의 일등 공신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도전과 혁신으로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살아남는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정상범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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