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가 올해 미국이 인플레이션은 둔화하고 성장은 지속되는 ‘골디락스(goldilocks·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 경제를 누리고 미국 증시 역시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손 교수는 미국 대형 은행인 웰스파고의 수석부행장과 백악관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을 지낸 대표적인 재미 경제학자다.
손 교수는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뉴욕 특파원들과 만나 “현재 미국 경제는 지난해에 이어 ‘순차 침체(Rolling Recession)’가 진행 중”이라며 “기준금리 인상 초반 주택 시장이 먼저 침체에 접어든 후 지난해 제조업 부문 둔화에 이어 올해 말께는 개인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순차 침체는 경제 전체가 일시에 침체에 빠지는 대신 주택이나 제조업, 서비스업, 기업 투자 등 경제의 다양한 부문이 시차를 두고 침체를 겪는 상황을 일컫는다. 손 교수는 “이는 곧 경제가 동시다발적 둔화를 피한다는 의미이므로 경제 전체로는 침체를 겪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은 둔화할 것으로 봤다. 최근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지만 올해 후반으로 갈수록 주거비 둔화세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손 교수의 전망이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총 네 차례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손 교수는 “연준은 금리 인하에 신중한 분위기지만 현재 실질금리는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7년 이후 가장 높다”며 “높은 실질금리가 길어지면 불필요한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연준은 올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 시기에 관해서는 “6월에서 11월 사이에 이뤄지겠지만 이 범위 중 이른 시점에 행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개인적으로는 6월 금리 인하를 시작해 총 네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현재 5.25~5.5%인 기준금리가 올해 말 4.25~4.5%로 내려간다는 전망이다. 이는 기준금리 선물 시장의 전망(4.5~4.75%)보다 0.25%포인트 더 낮은 수준이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10년물 국채금리도 함께 내려갈 것으로 봤다. 그는 “현재 4.4%인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다소 높다”며 “기준금리가 약 2%포인트 더 낮아지면 2년물과 10년물 금리 역전이 해소되는 동시에 금리 수준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등 미국 증시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과거 정보기술(IT) 버블 시기와 달리 △경제성장 △금리 정점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3박자가 고루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골디락스 경제와 증시 호조가 내년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오히려 그는 “내년에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 손 교수는 “초기 물가 상승을 이끌었던 세계적인 공급망 병목현상은 이제 풀릴 만큼 풀렸기 때문에 더 이상 물가를 내리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세계 여러 지점에서 공급망 악화 우려는 살아 있다”며 “여기에 고용 시장이 예상만큼 완화되지 않아 임금 상승에 따른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더해질 경우 인플레이션이 내년 이후 다시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재상승할 때 경기가 이미 둔화돼 있을 경우 연준이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서기도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