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 개혁의 성과로 내세운 노동조합 회계공시제가 시행 2년 차에 고비를 맞았다. 국내 대표 노동조합 중 하나인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전격적으로 올해는 공시를 하지 않기로 결정해서다.
금속노조는 28일 제58차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회계 공시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정기 대의원대회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최고 의결기구다. 지난해 시행된 노조 회계 공시제는 노조와 산하조직(노조의 내부조직)이 수입, 지출, 자산 , 부채 등 회계 기본 항목을 자율적으로 정부의 공시시스템에 기입하는 제도다. 공시제에 응했던 금속노조가 올해 불참으로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노조 공시제가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속노조는 공시제 거부 이유에 대해 “회계공시제는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근거한 정당한 요구가 아니다”라며 “노조 탄압의 수단인만큼 공시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상급인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공시제 도입 전부터 회계 자주성을 침해한다며 금속노조와 같은 입장이었다. 하지만 공시에 응하지 않으면 조합원이 노조비 15%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참여로 입장을 바꿨다.
관심은 금속노조의 결정이 상급인 민주노총까지 미칠지 여부다. 올해도 회계 공시에 참여하려고 했던 민주노총은 5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회계 공시와 관련한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당시에도 노조 회계 참여를 두고 이견이 발생했다. 민주노총은 내달 18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안건을 다시 논의한다. 금속노조는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 전체의 공시 불참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이 금속노조처럼 공시 불참으로 선회한다면 노조 공시제 자체가 흔들리는 등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우리나라 노조 지형을 양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양대 노총이 공시제에 참여하면서 공시제 참여율은 91%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