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애플카’는 결국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애플이 10년 넘게 공들여온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포기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애플은 전기차 연구개발(R&D) 역량을 인공지능(AI)에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애플은 전기차를 포기하며 체면을 구겼지만 이 결정이 되레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AI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애플의 사업에 장기적으로 훨씬 유리하다는 겁니다. 선택과 집중에 따른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이지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열린 주주총회에서 “애플은 강력한 잠재력이 있는 생성형 AI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연내에 AI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을 공개할 수 있다고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아이폰16에 생성형 AI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오늘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애플의 전기차 개발 포기와 AI 스마트폰 사업의 전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애플카 결국 포기…시장에선 "현명한 선택" 호평
“전기차 프로젝트의 포기는 애플에 고통스러운 선택일 수 있지만 AI에 집중하는 것은 현명하다. 투자자들도 애플이 AI에 더 많은 역량을 쏟기를 희망했다”.
댄 아이브스 미국 웨드부시증권 리서치 이사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통해 남긴 평가입니다. 전기차 개발을 포기하는 것이 현명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둔화하기 시작했고 중국 제조사들이 자율주행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서 애플카를 개발해도 사업성 확보가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주가에도 타격이 없었습니다.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23% 내린 181.42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엔비디아(-1.32%)와 아마존(-0.22%) 등 주요 종목이 내림세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변동은 없었던 셈이죠.
이미 AI 기술 갖춘 애플…"대대적 공세 나설 것"
애플이 전기차 개발 역량을 생성형 AI에 쏟으며 온디바이스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온디바이스 AI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해 인터넷 없이도 생성형 AI를 구동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외부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전송하지 않고 기기 안에서 자체적으로 AI 연산을 처리하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고 보안이나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하죠.
애플은 온디바이스 AI를 완성도 있게 구현할 토대도 이미 갖췄습니다. 지난해 12월 애플은 아이폰처럼 제한된 메모리 환경에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사용하는 기술과 이를 자사 칩에서 실행할 수 있는 AI 개발 툴 ‘MLX’를 공개했습니다.
반도체 설계 기술과 아이폰·아이패드·맥북으로 이어지는 제품군을 갖춘 점 역시 강점으로 꼽힙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이르면 6월 개최될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개선된 AI 비서 ‘시리’를 선보이며 AI 시장을 향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라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주가 전망 엇갈려도…'AI 폰' 급성장 확실
AI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는 만큼 월가에서는 애플이 구체적인 AI 신제품을 공개할 경우 주가가 15%가량 추가 상승해 2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물론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없진 않습니다. UBS는 애플이 폴더블폰 시장에서 뒤처졌고 정치적인 이유로 중국의 스마트폰 수요도 약화되고 있어 주가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다만 생성형 AI 스마트폰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제조사 간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에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생성형 AI 스마트폰의 출하량은 올해 1억 대를 시작으로 연평균 83% 성장해 2027년에는 5억 22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같은 기간 8%에서 40%까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최대 경쟁자인 삼성전자(005930)는 처음으로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 S24 시리즈를 지난달 선보이며 경쟁에서 치고 나갔습니다. 시장의 관심도 뜨겁죠. 국내에서는 단 28일 만에 100만 대 넘는 판매 실적을 거뒀고 올해 예상 판매량은 3500만 대로 추정됩니다. 삼성전자에 이어 샤오미·비보·아너·오포 등 중국 제조사들도 연이어 온디바이스 AI 시장에 진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