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정부로부터 4조 원의 현물 출자를 받는다. 지난해 전세사기 대위변제액이 늘어나 약 5조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자본금을 갉아먹은 여파다.
4일 HUG에 따르면 HUG는 지난달 29일 최대주주(70.25%)인 국토교통부를 대상으로 4조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국토부가 보유한 한국도로공사 주식 3억 5964만 7546주를 현물출자하고 HUG는 주당 5000원에 8억 주를 신주 발행하는 구조다. 도로공사 주식 가액은 주당 1만 1122원으로 정해졌다.
HUG는 올해 2월과 작년 12월에도 국토부에게 각각 7000억 원, 3839억 원의 현금 출자를 받은 바 있다. 이로써 HUG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은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약 5조 1000억 원에 이르게 됐다. 이달 20일 납입이 완료되면 HUG의 자본금은 약 8조 8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HUG가 잇따라 자본확충에 나선 것은 전세보증보험 등의 보증 배수가 자본금과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HUG가 발급할 수 있는 보증 총액 한도를 자기자본의 60배에서 70배로 늘리는 주택도시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법정자본금 역시 기존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확대됐다. 아직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할 뿐더러 올해도 전셋값 급등기인 2022년 경 체결한 전세 계약의 만기가 속속 돌아와 보증사고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HUG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4조 9141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8월 실적을 바탕으로 전망한 것으로 당초 추정치(1조 7558억 원)의 3배 가까이로 불어난 규모다.
전세사기 여파로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금 대위변제액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 보증보험에서 역대 최대치인 4조 3347억 원 규모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내어준 대위변제액은 3조 5544억 원에 달한다.
HUG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준 뒤 집주인에게 청구하거나 채권 추심, 경매 등으로 자금을 회수하는데 통상 3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경매 지연 등으로 회수율도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2019년 58%던 연간 회수율은 2022년 24%로 쪼그라들었고 역대 최대 사고율을 기록한 지난해는 10%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HUG도 자력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미 지난달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신종자본증권을 포함한 공사채 발행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HUG 관계자는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보증 한도를 늘리기 위해 자본 확충을 단행했다"며 “당장 채권 발행 계획은 없으나 자금 조달 통로를 확보해두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