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5일 홍콩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이달 11일 배상안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며 “일괄 배상을 적용하지 않고 투자자·판매자 책임 정도에 따라 배상 비율을 0~100%로 차등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현재 만들고 있는 ELS 피해자 배상안에 대해 “연령층, 투자 경험, 목적, 창구 설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수십 가지 요소를 매트릭스에 반영하고 있다”며 “어떤 경우는 소비자가 많은 책임을 지고 어느 경우 금융사가 많은 책임을 지는지 요소들을 넣어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괄 배상은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처럼 일괄 배상이 아니라 조건과 상황에 따라 배상이 차등적으로 이뤄지도록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이 원장은 투자자들이 원금 100% 배상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사실상 의사 결정을 하기 어려운 분들을 상대로 상품을 파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해당 법률행위 자체에 대한 취소 사유가 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100% 또는 그에 준하는 배상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약 취소’에 의한 100% 배상까지도 고려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 원장은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을 언급하며 “경우에 따라 아예 배상이 없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재투자자 배상과 관련해 “재투자 시 적절한 설명이 있었다면 은행과 증권사는 책임을 상당히 면할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적절한 배분이 이뤄질 것”이라며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투자자들의 재산 구성 등을 점검하도록 하는데 특정 금융회사는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판매한 경우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한 ‘4월 위기설’이나 ‘기업 줄도산설’에 대해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과 관련해서는 “올해 7월 가상자산법 시행으로 인해 제도권에 들어오는 시점에 맞춰 하반기쯤 공론화의 장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