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쿠이마롯’시대와 전통시장

쿠팡 매출 이마트 추월, 유통 지각변동

알리 등 中 직구 플랫폼도 韓시장 잠식

野, 시대착오 대형마트 규제 집착 접고

상생 방안·유해 제품 차단 머리 맞대야





온라인 유통 플랫폼 쿠팡이 지난해 창립 14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고 최근 발표하자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이들 대부분은 “우리의 삶은 쿠팡의 로켓배송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로켓배송은 아이폰급 혁신이다” “아이 키우는 맞벌이 부부에게 쿠팡은 생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본 인프라가 됐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쿠팡은 지난해 31조 8298억 원의 매출에 영업이익 6174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국내 1위의 오프라인 유통 강자 이마트(29조 4722억 원)를 넘어섰다. 연간 영업이익 흑자도 2010년 창사 이래 처음이었다. 쿠팡의 영업이익 규모는 이마트·롯데쇼핑·현대백화점을 모두 앞섰다. 당일·새벽배송 등 로켓배송을 앞세운 유통 혁신이 쿠팡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데 가장 큰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을 뜻하는 ‘쿠세권(쿠팡+역세권)’이라는 유행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쿠팡이 고속 성장을 하면서 국내 유통시장의 지각변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유통 업계 순위가 이른바 ‘이마롯쿠(이마트·롯데쇼핑·쿠팡)’에서 ‘쿠이마롯(쿠팡·이마트·롯데쇼핑)’으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쿠팡의 활성 고객(분기에 제품을 한 번이라도 산 고객)은 2100만 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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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만이 아니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의 직접구매 유통 플랫폼도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한국 유통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업체인 와이즈앱 등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알리 앱 사용 한국인 수는 818만 명에 이른다. 테무 581만 명, 쉬인 68만 명까지 합치면 세 가지 앱의 국내 이용자는 총 1467만 명이다. 유통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대형마트의 매출 비중은 2014년 27.8%에서 2023년 12.7%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 유통 비중은 28.84%에서 50.5%로 치솟았다.

그런데도 시대에 뒤떨어진 대형마트 옥죄기는 여전하다. 현재 대형마트는 매달 두 번 공휴일에 문을 닫아야 한다. 의무휴업일은 물론 평일에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온라인 배송조차 할 수 없다. 전통시장 상인 보호를 위해 2012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마트 강제 휴무는 전통시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특히 유통시장의 경쟁 구도가 ‘대형마트 vs 전통시장’에서 ‘온라인 vs 오프라인’으로 바뀌면서 법의 부작용이 더 크다는 비판이 많았다. 전통시장 보호는커녕 소비자의 편익만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올 2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통 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6.4%가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구시에 이어 청주시, 서울 서초구·동대문구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달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변경하고 있는 것은 이런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이해 당사자와 합의를 거치면 공휴일이 아닌 날로 변경할 수 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지역에서 전통시장 위축 현상은 보이지 않고 외려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의 매출이 동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 매출이 35% 늘어났고 소비자 만족도는 88%에 달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전통시장 보호를 이유로 대형 유통 규제에 집착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새벽 시간 배송이라도 허용해주자는 법안마저 반대하고 있다. 이에 선거를 의식한 야당이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시장은 급변하고 소비자들도 달라지고 있다. ‘대형마트를 막으면 전통시장이 산다’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 마트와 재래시장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의무휴업일 폐지 시 근로자의 휴식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해법 또한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 최근 알리 등 중국산 직구 제품에 인체에 유해한 상품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우리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해외 e커머스를 통한 유해 상품 유입을 막을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협력해야 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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