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이종섭 전 장관, '채 상병 사건'에 호주 대사 업무 발목 잡히나

공수처,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입건 후 출국 금지

이종섭 호주 대사가 국방부 장관 재직 중이던 2023년 8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종섭 호주 대사가 국방부 장관 재직 중이던 2023년 8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되기 전 출국 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직권남용 등 혐의로 피의자 입건된 이 전 장관을 수사 초기인 지난 1월 출국 금지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 장관으로서 경찰에 이첩된 해병대 수사단 수사 기록을 회수하도록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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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지난 1월 국방부 유재은 법무관리관과 해병대 김계환 사령관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공수처는 이 과정에서 이 전 장관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유 법무관리관, 김동혁 검찰단장, 김 사령관 등을 출국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애초 압수수색 대상자들을 불러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윗선'인 이 전 장관 수사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4일 이 전 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되면서 공수처는 고민에 빠지게 됐다. 여전히 사건 전모를 밝히기 위해 이 전 장관을 조사할 필요성이 있지만 자칫 외교 사절의 파견을 막아서는 모양새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장관은 이미 부임하게 될 국가인 호주 정부로부터 아그레망(외교 사절에 대한 주재국의 동의)을 받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임 일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공수처는 조사 일정을 조율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이 전 장관이 출국하기 전 소환해 조사하거나 출국 이후 조사 협조를 전제로 출국 금지를 해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앞서 공수처 관계자는 "정식 인사 발령이 나서 국가를 대표하는 인사로 출국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라며 "수사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조치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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