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인 캐나다 브룩필드의 브루스 플랫(사진)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한국을 찾는다. 플랫 CEO는 2년 만의 방한 일정 동안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 빌딩 투자금 회수와 콘래드 서울 호텔의 매각 절차를 살피고 국민연금 등과 한국 시장에 공동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플랫 CEO는 이달 중하순께 2022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플랫 CEO는 1990년 브룩필드에 입사해 2002년 CEO에 오른 회사 내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가 방향키를 잡은 이래 브룩필드는 빠른 성장을 거듭하며 현재 전 세계 30개 이상 국가에 투자하는 회사로 거듭났다. 브룩필드가 운용하는 글로벌 자산 규모만 9000억 달러가 넘는다. 플랫 CEO는 특히 2016년 브룩필드가 서울 여의도에 있는 IFC 서울 3개 동과 콘래드 서울을 총 2조 5500억 원에 각각 인수한 뒤부터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키우기 시작했다.
IB 업계는 플랫 CEO가 이번 방한 기간 콘래드 서울 매각 작업을 우선적으로 챙길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지난달 브룩필드가 실시한 콘래드 서울 매각 입찰에는 ARA코리아자산운용·그래비티자산운용·블랙스톤·케펠자산운용 등 부동산 운용사 4곳이 뛰어들었다. 브룩필드는 이 가운데 가격을 높게 적어낸 데다 자금 조달 계획까지 우수한 ARA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업계는 해당 매각가가 최대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브룩필드가 최근 추진하는 IFC 서울에 대한 두 번째 차입금 리파이낸싱(기존 조달 자금 상환을 위한 자본 재조달) 작업도 플랫 CEO의 관심사로 꼽힌다. 브룩필드는 2019년 11월 IFC 서울의 첫 차입금 리파이낸싱을 실시하면서 인수 금융 규모를 기존 1조 8050억 원에서 2조 2800억 원으로 늘렸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약 4750억 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두 번째 리파이낸싱이 마무리될 경우 IFC 서울의 차입금이 2조 7000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는 8년 전 브룩필드의 IFC 서울 및 콘래드 서울 인수가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매각과 리파이낸싱이 모두 성공하면 그간 받았던 배당까지 포함해 투자금을 웬만큼 다 회수하는 것”이라며 “IFC 서울 투자 건은 브룩필드의 전 세계 투자 중에서도 성과가 높은 편에 속해 CEO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플랫 CEO는 이와 함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한국투자공사(KIC) 고위급 관계자들도 두루 접견할 예정이다. 브룩필드가 향후 모집할 인프라 펀드를 대형 기관투자가들에 사전에 알리고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의 공동투자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브룩필드 인프라 펀드에 이미 수천억 원을 투자한 글로벌 최대 기관 중 한 곳이다. 브룩필드가 지난해 말 60억 달러 규모로 조성한 새 인프라 펀드 ‘브룩필드 인프라스트럭쳐 III’은 전체 운용자산의 최대 20%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투자하는 것을 목표으로 삼는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플랫 CEO의 방한이 브룩필드와 미래에셋금융그룹 간 국제 소송전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대해서도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앞서 브룩필드는 2021년 IFC 서울 전체 인수 우협 대상자로 4조 1000억 원을 제시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정한 바 있다. 이후 미래에셋은 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하려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국토교통부 인가의 문턱을 넘지 못하자 인수를 포기했고 브룩필드는 2000억 원 상당의 이행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나섰다. 미래에셋이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SIAC)에 신청한 소송 결과가 이르면 올해 안에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