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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익매물' 쏟아내는 사모펀드…금융지주 '밸류업' 발목잡나

EQT, 신한금융지주 블록딜 매각

어피너티·IMM 등도 지분 정리

사모펀드, 우수한 수익 거뒀지만

금융지주, 제휴성과는 기대 이하

"오버행 이슈 해소" 긍정적 시각도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힘입어 국내 금융주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수년 전 국내 금융지주사에 투자했던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앞다퉈 지분 매각에 나서고 있다. 이들 사모펀드 운용사는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 실현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글로벌 펀드들과의 제휴를 통한 해외 투자 확대 등을 목표로 투자받았던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주주 구성만 바뀌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날 EQT프라이빗캐피털은 신한금융지주 지분 총 4155억 원어치(929만 7000주, 지분율 1.8%)를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로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주당 가격은 EQT의 4년 전 매입 단가인 2만 9600원 대비 54% 높은 4만 4688원으로 결정됐다. 그간 배당금과 리캡 등으로 회수한 금액을 포함하면 EQT가 신한금융 투자로 올린 내부수익률(IRR)은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2020년 1조 1582억 원(3913만 주)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해 EQT의 전신인 베어링PEA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두 곳의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 신한금융으로서는 우호 주주를 확보하는 동시에 전 세계에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글로벌 펀드들과 협업해 해외 공동투자 기회 등을 모색하려는 전략적 제휴 성격이었다.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4년의 시간이 흘렀고 어피너티와 EQT는 주가 상승 기회를 맞아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어피너티도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4000억 원 규모 이상의 신한금융 지분을 정리해 수익을 거둔 바 있다.




올해 들어 국내외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금융지주 지분을 대거 정리하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힘입어 금융주가 모처럼 날개를 펴자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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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도 2016년 투자했던 우리금융지주(316140) 지분 5.57% 중 일부인 약 1.7%를 블록딜을 통해 매각해 423억 원이 넘는 차익을 냈다. 매입 당시 주당 1만 1000원이었던 주식을 1만 4370원에 판 것이다. KB금융(105560)지주 역시 2020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칼라일을 대상으로 2400억 원의 교환사채(EB)를 발행했는데 칼라일은 지난달 EB를 주식으로 전환해 전량 매각했다. 해당 주식들은 국내외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와 사모펀드 운용사 간 전략적 제휴가 사모펀드에는 우수한 투자 수익을 안겨준 반면 국내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특별히 얻은 게 없다는 것이 전반적 평가다. 투자 유치 당시 목표로 했던 전략적 이득 없이 또 다른 펀드로 주주 구성만 바뀌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모펀드 주주들이 잇달아 지분 매각에 나서 한창 상승세를 탄 금융지주의 주가 흐름이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들이 보유한 대량의 금융지주 주식 물량이 단기간 내에 추가로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사모펀드 보유 지분이 남아 있는 금융지주의 경우 주가가 오르면 오버행 이슈가 반복될 것이라는 인식에 시장 참여자들이 투자를 주저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전략적 제휴를 위해 주주로 확보했던 사모펀드들이 오히려 주가 부양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사모펀드들이 보유 지분을 추가로 매각해 오버행 이슈가 해소되면 금융지주 주가가 더 힘을 받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칼라일의 지분 매각으로 오버행 이슈에서 오히려 자유로워지면서 KB금융 주가가 올 들어 40% 이상 오른 것이 대표 사례”라며 “사모펀드들이 지분을 정리해가면서 이들로부터 투자받은 금융지주들의 주가도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은 기자·황정원 기자·천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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